저소득층 소득 줄었는데 이자부담은 가중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 월 평균 이자비용 4만2200원 / 1년새 32.9% 늘어 역대 최대 / 실질소득 줄어 내수침체 초래 금리 상승기에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은 치솟은 반면 소득은 뒷걸음질치고 있어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소득 5분위(5구간) 기준으로 하위 20%(1분위)에 해당하는 가구의 월평균 이자비용은 약 4만2200원으로 작년 동기(3만1800원) 대비 32.9%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소득분위별 이자비용 총액을 각 분위에 속한 전체 가구 수로 나눠 ‘월평균 이자비용’이 산출된 만큼 실제로 빚을 낸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평균 이자비용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반면 근로자뿐만 아니라 실직자,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평균소득은 128만7000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8.0%나 감소했다. 하위 두 번째 구간인 2분위의 이자 비용 역시 27.3%(7만900원)나 뛰었지만 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오히려 노동시간이 감소하거나 아예 일자리를 구하지도 못한 채 노동시장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청와대 홍장표 경제수석이 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 발언의 근거가 된 통계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날 발표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 근로자 가구(가구주가 근로자인 가구)가 세금(경상조세+비경상조세), 연금, 사회보험 등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비소비지출) 역시 2만6277원 늘었다. 실질적인 소비 여력은 더욱 악화된 셈이다.

고소득층을 포함해 전체 소득 분위를 통틀어 이자비용은 평균 9만5600원으로 1년 전보다 23.1% 급증했지만 소득은 476만3000원으로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물가 변동 요인을 제외한 가계 실질 이자비용이 같은 기간 실질 소득 증가율(2.4%)의 9배에 달한다.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질 나쁜 부채’를 보유한 저소득층의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의 실질소득 감소는 내수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한 소득 1분위의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60.5%에 달한다. 이는 1년 전(41.3%)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잔액기준으로 2016년 4분기(연 3.18%)에 저점을 찍고 상승세다. 올해 1분기에는 연 3.46%로 2015년 3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리는 같은 수준이지만 이자비용은 당시(약 8만3900원)보다 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가 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저소득층 소득이 늘지 않고 대출금리가 오르는 추세가 계속되면 상환능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소득 1분위, 2분위의 소득여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