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6-05 17:00:00
기사수정 2018-06-05 15:40:23
[이슈톡톡] 네거티브 전쟁 뛰어든 이재명, 격해진 경기도지사 선거전
“이번 선거에서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 네거티브를 하지 않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거세진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 선거대책위원회가 밝힌 입장이다.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1주일이 지난 5일 이 후보는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 형제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하며 네거티브전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로써 경기도지사 선거운동은 각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 공세로 난타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위 이재명 후보를 향한 야권의 집중포화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선두를 달리자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야권의 공세가 빗발쳤다. 지난달 29일 KBS 주최로 열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야권 후보들은 이 후보를 향한 의혹들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남 후보는 이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모욕적인 트윗을 한 ‘혜경궁 김씨’와 이 후보가 4년간 트윗을 주고 받았다”며 “혜경궁 김씨가 이 후보의 부인이란 얘기도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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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김영환 후보, (오른쪽) 이재명 후보 |
바른미래당 김영환 후보는 한 수 더 나아갔다. 이 후보 가족의 정신병원 입원 논란, 조폭 연루설, 일베 논란 등 각종 의혹들을 쏟아냈다. 특히 김 후보가 제기한 이 후보와 여배우간 스캔들 의혹은 토론장을 뜨겁게 달궜다.
네거티브에 대한 반응은 확실했다. 빅카인즈에 따르면 토론회가 시작한 29일부터 다음날까지 의혹을 제기한 김 후보와 관련한 주요매체(8개 일간지·6개 경제지·26개 지역지·4개 방송사·2개 전문지) 보도는 총 56건으로 이전 대비 급증했다. 네거티브 당사자인 이 후보 관련보도도 49건으로 남 후보(21건)의 두 배를 기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이 기간 포털 실시간 검색어도 이재명, 이재명 여배우, 김부선 등의 단어가 상위를 기록했다.
자유한국당이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이 후보 형수의 욕설 음성파일도 네거티브 공세를 격화했다. 남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에 대해 “공직후보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그것에 대한 인격,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후보자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측 네거티브 가세, “남 후보 형제 제주도 투기 의혹”
그 동안 네거티브 공세에 대응을 자제해오던 이 후보측도 마침내 네거티브전에 가세하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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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재명 후보, (오른쪽) 남경필 후보 |
이 후보 선거캠프 수석대변인인 김병욱 의원은 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남 후보 형제의 제주도 땅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남 전 지사 형제가 1987년부터 2002년까지 제주도에서 사들인 1623㎡를 2016년과 2017년 매각해 수십억에서 100억 가량의 차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남 후보 형제는 시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지매입, 진입로 확보, 토지 증여, 토지 분할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고 비난했다. 이어 “당시 22세 남경필과 19세의 동생은 농민이 아닌 상황에서 토지를 매입해 농지개혁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남 후보 측은 이에 대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펄쩍 뛰었다. 이어 남 후보는 트위터에 “(이 후보가 집회 때문에 다쳤다는 소식을 언급하며) 다치지 말고 토론회에 무사히 나와라”라고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지난 4일에도 “원래대로라면 JTBC에서 토론회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며 “TV조선에도 토론회 요청이 왔는데 이 전 시장이 거절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자작극이다’ ‘현실판 안남시장이다’ ‘어디서 다쳐서 나올지 내기 한다’ 이런 글이 퍼지고 있겠냐?”며 이 후보의 토론회 참석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네거티브는 선택 아닌 필수? “선거전 승리가 우선”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던 이 후보가 네거티브전에 전격 뛰어든 건 각종 의혹에 대해 무대응 전략이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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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재명, 남경필, 김영환, 이홍우 후보 |
실제 정치권에선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은 없다’는 말이 금언처럼 받아들여진다. 네거티브 캠페인이라고 반드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선거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이나 인품 등을 검증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문제는 상대후보가 제기한 정보가 거짓인지 정당한지 유권자가 스스로 검증해내기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선거 막바지엔 네거티브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어려운 만큼 경기도지사 후보 사이의 공방전은 더욱 격해질 전망이다. 5일 오후 11시부터는 KBS, MBC 생중계로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법정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