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초대석]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과도한 친노동정책에 혁신성장 발목… 당·청 기조 바꿔야"

“관료 예측복종에 기업가정신 위축 / 노동경직성 해소해야 일자리 생겨 / 정부 역할, 기업의 영역 찾아주는 것 / 민간 분야에 숟가락 얹어서는 안돼" / “내 창업 스토리 모범생 방식에 불과 / 자신에게 맞는 방법 찾는 것이 중요 / 민·관 섞일 수 있는 토대 마련이 목표 / 다양한 분야 ‘해커톤’확산되길 원해”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실에서 4차산업혁신의 현황과 미래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노동을 세분화하고 높은 직급에 고연봉자일수록 유연화시켜 줘야 혁신이 일어나고 일자리도 생긴다”고 주장했다.
남정탁 기자
솔직, 담백했고 예리하면서도 자유분방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1년여 동안 문재인정부의 경제분야를 평가하며 “혁신성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현 정부의 3대 경제정책기조인 소득주도,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언급하며 “소득주도와 공정경제는 국민이 명확히 이해하거나 바로잡고 있는데 혁신성장은 국민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4차산업위도 책임이 있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왜 혁신성장은 안 되고 있는 걸까.

장 위원장은 그 주범으로 관료의 ‘예측복종’을 지목했다. 그는 “(공무원은) 눈치를 보고 말을 직접 하지 않아도 느낌을 파악해 사전적으로 움직인다”며 “현 정부의 노동친화적 정책들이 너무 과도하게 추진되고 있거나 해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 노동친화적 정책들이 앞에 나오고 기업인들은 이 사인을 (경제정책이) 노동친화로 가는구나 느끼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경직성이 심화되면서 혁신이 가로막혔다는 진단이다. 그는 “기업은 리스크(위험)를 감수하지만 불확실성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여당과 청와대의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며 “당·청이 올바른 사인을 내려주지 않으면 공무원의 일하는 관성(예측복종)을 바꾸기 어렵고 기업가정신이 위축돼 있는 현상도 쉽게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정부의 역할과 그동안 4차산업위의 성과 등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우리나라 4차 산업혁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소신 있게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주는 것”이라며 “민간이 잘하는 분야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목표로는 “민과 관이 교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또한 다양한 분야에 해커톤(끝장토론)이 적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커톤이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합의 도출 과정을 뜻한다. 장 위원장은 취임 후 8개월여 동안 해커톤 방식을 적용해 4차산업위의 주요 현안을 풀어왔다. 인터뷰는 지난달 25일 서울 광화문 4차산업혁명위원회 집무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국민이 여전히 4차 산업혁명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굉장히 넓은 영역이어서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기 어렵다. 정의를 따지고 실체를 규정하기보다 관련 산업을 도구화해서 국민이 편안하게 활용하도록 만들면 되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 것 아닌가. 현 정부는 인공지능(AI) 같은 지능화혁명에 포커스를 맞췄으니 거기에 맞춰 풀어가야 한다.”

―4차산업위의 의미 있는 성과가 있다면.

“규제혁신 해커톤 도입을 꼽고 싶다. 이해당사자들끼리 만나 합의하는 방식인데, 현 정부에서 도입하려는 숙의민주주의보다 좋은 사회적 합의도구라고 생각된다. 4차산업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응용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 4차산업혁신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을 평가한다면.

“AI 관련 원천기술을 만드는 인재가 있고, 산업별로 원천기술을 적용하고 이해시키는 융합인재가 있다. 구분해야 한다. 한국은 원천기술을 잘하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이 수십년 투자해 앞서가는 부분이다. 기초과학에서 경쟁력을 갖긴 쉽지 않다. 결국 각 산업을 융합해 고도화하는 쪽에서 찾아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쪽을 강화해야 한다. 가격 대비 훌륭한 선박을 생산하는 중국과 경쟁하지 말고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배를 만들면 된다. 이 부분이 지능화 영역이다. 포스코가 AI 플랫폼을 갖추고 포스텍 등과 산학연이 협업하는 것처럼 부가가치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해외 기업들의 4차산업혁신 관련 사업 속도가 빨라 국내 기업들과 비교된다.

“혁신을 이끌어야 하는 기업의 심리가 위축됐다고 본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큰 변화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주체가 기업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들은 환경과 토대가 되면 움직인다.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곳이기 때문에 채찍만 제거해 주면 된다. 그중 하나가 규제 완화다. 공무원들은 ‘예측복종’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의도를 파악해 먼저 움직인다. 기업은 다르다. 기업은 항상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리스크에 대비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현 정부의 노동친화정책에 대해 예측복종하고 있어 과도하게 추진되거나 과도하게 해석되고 있고, 기업은 높은 불확실성에 불안해하고 있다. ”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는 뒤처진 특정 대기업 및 산업군을 관련 기업과 함께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경쟁력이 떨어질 것 같은 산업분야를 보강해 주거나 생태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돈이 흐르면 반드시 기업은 뛰어든다. 마중물을 만들어서 기업이 도전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민간이 잘하는 분야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지 말고 기업이 세금 잘 내고 일자리 만들도록 하면 된다. 민간 분야는 민간이 잘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를 이끌어가는 주체가 기업이다. 이 부분은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정부는 기업이 잘할 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만들어 주면 된다.”

―새 정부의 혁신성장에서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와 공정경제, 혁신성장 세 가지로 요약된다. 소득주도는 최저임금을 인상 등을 추진하면서 국민들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공정경제는 최근 발생했던 대한항공 갑질 문제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추진하는 정책들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성장은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께서도 이렇게 지적하셨다. 이 부분은 4차위에도 책임이 커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민의 의견과 관의 목소리를 담아 현실화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스마트시티나 헬스케어 관련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차근차근 가고 있다. 특별위원회를 진행하면서 많은 규제를 풀고 싶었다. 그래서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젊고 추진력 있는 인사를 추천했다. 오래된 전문가들은 안 되는 이유만 말씀하신다. 공무원들은 안 바꾸려고 한다. 그럼 결국 추진되지 않는다. 스타트업 창업할 때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이 더 잘되는 경우가 많다.”

―드론산업은 어떻게 보는가.

“소비자용보다 산업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B2B(기업간거래)시장에서 레퍼런스(거래실적)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내 드론이 교각시설 균열 확인이나 발전소 탐지용으로 쓰이면 해외에서도 문의가 올 것이다. 공공에서 드론이 활용되면 이걸 기반으로 해외도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네 차례 창업으로 조단위의 재산을 일궜고 업계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청년 창업자에게 성공비결을 소개한다면.

“성공의 방식은 유일하지 않다. 누군가의 성공비결을 듣고 ‘나도 저 사람처럼 해야지’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하는 것이 맞다. 내 창업 스토리는 재미없다. 모범생에 가까우니까. 모르는 거 질문하고, 틀렸다고 하면 바꾸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에 활력이 없고 청년들은 취업 때문에 불안해한다.

“노동을 조금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억대 연봉을 받는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의사결정에 가까운 고연봉자의 노동을 유연화시켜 줘야 한다. 경쟁력 없는 사람이 도태될 수 있어야 혁신이 일어난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긴다.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재직하는 동안 향후 목표가 있다면.

“민과 관이 더 섞일 수 있는 토대가 있었으면 좋겠다. 민이 모르는 관의 어려움, 또 관이 파악하기 힘든 민의 고충을 서로 왕래하면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월가 출신 금융인들이 행정부로 들어가 민관의 협업 토대를 만들기도 했다. 이런 교류의 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해커톤이라는 포맷을 남기는 것도 목표다.”

대담=주춘렬 산업부장
정리=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장병규는…

●1973년 대구 출생 ●대구과학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 학사 ●KAIST 전산학 석사 ●KAIST 전산학 박사과정 수료 ●네오위즈 이사 ●첫눈 대표이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 
●블루홀 의장·최고전략책임자(CSO)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