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현장+] 현충원이 유원지야?..'시비·악취·고성·흡연·술판' 추태 지긋지긋

서울 현충원 묘역서 추모 대신 돗자리 깔고 버젓이 술판 / 음식물 쓰레기…악취까지 진동 / 아이들이 묘역에서 뛰어다녀도, 부모는 구경만 / 도로나 나무 틈 사이로 버려진 담배꽁초와 깨진 소주병 / 벤치와 탁자마다 음식물 검은 때 / 담배꽁초와 가래침으로 가득 / 참배객 앞에서 윗옷을 벗고 바닥에 누워 / 잔디밭엔 비닐봉지·플라스틱 컵이 뒹굴어 다녀 / 무단투기 극성, 생활 쓰레기로 ‘수북이 쌓여’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한 시민이 윗옷을 벗고 바닥에 누워 있다. 참배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묘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돗자리 깔고 술판 벌이는 추모객, 취객, 곳곳에서 들리는 고성까지 말도 못합니다. 심지어 눕지 말라는 문구도 곳곳에 눈에 띄는데, 보고도 무시합니다. 묘역마다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서울 현충원이 각종 쓰레기와 추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배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잔디밭과 넓은 벤치, 탁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풀숲과 탁자에서는 일찌감치 술판이 벌어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제수용품은 물론 참배객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까지 뒤섞여 있다.

곳곳에는 돗자리를 깔고 술을 마시거나 마치 유원지에 온 것처럼 웃고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재제 하는 이가 없었다. 일부 참배객들 때문에 경건한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부모와 함께 현충원을 찾은 아이들이 묘역에서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지만 제재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충원을 찾은 한 시민은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다. 더 심한 모습도 봤다”며 “아무리 생각이 없어도 여기서 이러는 것은 아닌데, 관리자가 나서서 해결해줬으면 합니다. 혹시 몰라서 지적할 수가 없다”며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렸다.

술을 마신 이후 주변의 시선을 피해 풀숲이나 나무 뒤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곳곳에서 이뤄지는 눈살 찌푸리는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채 남은 음식물을 그대로 버리고 가거나 누워서 애정행각, 술에 취해 고성방가, 묘역 옆에서 흡연행위, 담배꽁초, 가래침, 시비 등이 참배객들을 힘들게 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잡상인이 현충원에서 손수레를 이곳저곳 끌고 다니며 술과 각종 음식물을 팔고 있다.

묘역 근처 쓰레기통은 이미 포화상태, 성묘 쓰레기가 검은 봉지에 담겨 수북이 쌓여있었다. 일회용 용품인 플라스틱 용기 등이 가득했고, 조화나 제수용품은 물론 참배객들이 먹고 버린 음식물까지 뒤섞여 벌레까지 꼬일 정도였다.

눈에 띄는 곳마다 쓰레기통이 설치됐지만, 담배꽁초·캔·술병·플라스틱 컵이 풀숲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묘비 앞에 두고 간 성묘 음식도 골칫거리. 참배객이 쓰고 버린 조화 속에는 철사가 들어 있어서 소각장에서 태우기도 어려운 상태다.

각종 잡상인은 현충원에서 손수레를 이곳저곳 끌고 다니며 술과 각종 음식물을 팔고 있었다. 주의를 시켜도 그때뿐. 달라지지 않았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나무 틈사이로 깨진 소주병과 담배꽁초가 나뒹굴고 있다.

벤치나 풀숲에서 여러 명이 모여 술 마시는 모습이 당연한 듯했다. 술 냄새를 풍기며 벤치에 누워 잠들기까지 했다. 곳곳에는 안내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마시고 소변을 보는가 하면 나무 주변에서는 깨진 소주병도 쉽게 볼 수 있다.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하는 취객의 모습은 여기가 유원지인지 현충원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고성에 불편을 호소하는 참배객도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현충원을 찾은 최모(54)씨는 "벤치에 누워 있는 취객들만 봐도 불안하다. 사소한 시비라도 나면 거친 욕설과 몸싸움으로 이어져 못 본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참배객들이 버리고 간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참배객들이 버리고 간 음식물 쓰레기에서 흘러나온 오물들이 경사면을 따라 흘려내려 악취까지 진동했다. 검은 봉지나 일반 봉투에 싸서 그대로 버려 인도나 탁자 등에는 검은 때로 얼룩져 미관을 더욱 해쳤다.
 
현충원에서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이 활보하고 있다는 것.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은 일도 비일비재. 탁자 밑에는 배설물이 놓여 있기도 했다. 한 참배객은 “반려견이 귀엽다고 그냥 두면 어떻게 하냐,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것을 구경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좋다고 남 까지 피해 줘야 하냐 “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현충일인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환경미화원이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 하고 굵은 땀을 흘리며 청소하고 있다.

현충원 한 관리자는 “시민의식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지할 방법이 없다. 다니면서 주의를 시키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술을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누워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쫓아낼 수 없다”며 “그렇다고 처벌할 수 없는 일이다. 주의를 줘도 그때뿐이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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