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6-07 20:09:45
기사수정 2018-06-09 15:54:51
6·13 지방선거 코앞인데… 분위기 ‘썰렁’ / 가뜩이나 투표율 낮은데 대형 이슈 많아 / 여론조사 결과·정책선거 실종도 한 원인 / “의욕적 선거 불가능… 투표율 낮을 것”
“어차피 누가 뽑힐지는 뻔하고, 정당별 공약도 다 거기서 거기 아니에요?”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송모(56·여)씨는 손에 든 흰 봉투들을 종이 분리수거용 마대자루에 넣으면서 이같이 되물었다. 봉투에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안내문·선거공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뜯어본 흔적이 전혀 없는 새 봉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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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 독려를 하기 위해 설치해놓은 조형물이 서 있다. 연합뉴스 |
이날로 6·13 지방선거가 꼭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분위기가 좀체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와 벽보가 붙고,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유세전을 펼치지만 분위기가 예전만 못하다. 이번 선거 투표율이 역대 최저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세 차례 지방선거 투표율은 2006년 51.6%, 2010년 54.5%, 2014년 56.8%로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낮은 편이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자치의원, 교육감 등 뽑아야 할 사람이 많아 유권자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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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7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남영동 사전투표소가 설치돼 있다. 뉴시스 |
이번 선거는 특히 선거일 앞뒤로 북미정상회담과 러시아월드컵 같은 초대형 이슈들이 예정돼 있어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생 유모(21)씨는 “지방선거는 이번이 처음인데 작년 대선과 비교할 때 분위기도 제대로 안 느껴지고, 관심도 별로 못 받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의 압승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점 등도 투표율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을 야권성향이라고 밝힌 직장인 김모(32)씨는 “시장이나 구청장 모두 여당 후보가 될 게 확실한데, 굳이 투표하러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흔히 얘기하는 ‘운동장’이 너무 기울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여든 야든 의욕적으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번 선거는 최근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