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구조선 입항 놓고 이탈리아 내홍

살비니 부총리 “불법 이민” 거부 / 극우 ‘동맹’ 대표로 난민정책 강경 / 팔레르모시 등 자치 정부는 허용 / 정부, 으름장에도 항구관할권 없어
이탈리아가 난민 문제를 놓고 내홍에 빠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대규모 이민자를 태운 난민 구조선의 입항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자치 정부는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겠다며 맞서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이탈리아의 신임 내무장관 겸 부총리인 마테오 살비니(사진)가 리비아 해역에서 구조한 629명의 이민자를 태운 난민 구조선인 ‘아쿠아리우스’의 입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선박의 항로상에 있는 몰타 정부가 이민자들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몰타 정부는 국제법에 따라 리비아 해안은 이탈리아 관할이라며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자 살비니 장관은 그의 페이스북에 “몰타는 (난민을) 하나도 받지 않는다. 프랑스는 국경 밖으로 사람들을 밀어내고 있고, 스페인은 무기로 국경을 방어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오늘부터 이탈리아 역시 (난민) 왕래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살비니 장관은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로 불법 이주민의 전면 추방 등 강경 난민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최근 집권에 성공했다.

하지만 살비니 장관의 반이민 정책은 시작부터 벽에 부딪혔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의 주도이자 항구도시인 팔레르모는 이날 아쿠아리스의 입항과 하선을 허용하겠다며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레오루카 오를란도 팔레르모 시장이 “팔레르모는 고대 그리스어로 ‘완벽한 항구’라는 뜻”이라며 “우리는 항상 바다에서 구조활동을 펴는 보트와 배를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팔레르모의 항구 개방 정책은 나폴리, 메시나, 레지오 칼라브리아 등 이탈리아 남부 도시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살비니 장관이 항구를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정작 그에겐 직접적인 항구 관할권이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