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남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라는 의견이 7.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4.1%만이 우리사회는 성별에 관계 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라고 생각했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의견도 38.8%에 그쳐 성별 인식차이(남 49.4%, 여 28.2%)도 뚜렷했다.
77.2%는 전에 비해서는 남녀평등문화가 많이 개선된 편이라고 응답했다.
여전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전보다 성차별이 많이 개선된 부분으로 활발해진 여성의 사회 참여를 꼽았다.
성차별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은 ‘유교사상’과 ‘가정 내 고착화된 성 역할’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다만 10명 중 8명은 성 차별 문제가 너무 여성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다고 바라봤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및 남녀차별과 관련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남녀차별도 공공연하게 이뤄진다는 평가가 많았으나 예전에 비해서는 남녀평등문화가 개선되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우리나라는 남녀 성 역할 고정관념이 없는 편이라는 의견이 단 7.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국사회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고착화되어 있는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 성별(남성 10%, 여성 5.4%)과 연령(20대 8%, 30대 9.2%, 40대 7.2%, 50대 6.4%)에 관계 없이 비슷한 인식이었다. 남성과 여성은 주어진 역할이 각각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동의 36.9%, 비동의 56%)도 결코 적다고는 볼 수 없었다.
◆56.8% "아직까지 여성의 가장 큰 경쟁력 외모인 것 같다"
여성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제한적인 모습으로,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고, 약한 존재라고 바라보는 태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절반 이상이 아직까지는 여자의 가장 큰 경쟁력이 외모인 것 같고(56.8%),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줘야 한다(51.5%)는 의견에 동의한 것이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도 여성의 가장 큰 경쟁력은 외모인 것 같고(남성 59.8%, 여성 53.8%),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줘야 한다(남성 55.4%, 여성 47.6%)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편이었다.
20대 여성만이 여자의 경쟁력이 외모이고(44.8%),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40.8%)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옅을 뿐이었다. 여자가 많은 집단에서는 뒤에서 들리는 소문이 많고(78.9%), 여자들은 남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77.3%), 너무 감정적인 경우가 있다(70.9%)는 것도 여성에 대한 전형적인 이미지였다.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는 의견도 절반 이상(53%)이었다.
10명 중 6명은 남자는 ‘이성적’인 면이, 여자는 ‘감성적’인 면이 더 발달되어 있고(62.1%), 여성은 눈물이 많다(58.8%)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여자는 기계 다루는 일에 능숙하지 못하다(50.7%)는 인식에는 남성(61.8%)과 여성(39.6%)의 시각에 큰 차이가 존재했다. 대체로 여성의 성격 및 성향에 대해서는 남녀간 인식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여성의 능력에 대한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여성의 사회참여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한국사회는 결코 능력만으로 평가를 받는 사회가 아니었다. 전체 응답자의 14.1%만이 우리나라가 성별에 관계 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사회전반적으로 개인의 능력보다는 성별에 의해 역할을 구분하는 태도가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남성(22.6%)보다는 여성(5.6%)이 능력에 따라 평가되는 사회라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훨씬 뚜렷했다.
비록 여성이 남성에 비해 능력적으로 부족한 면이 많다(13.8%)는 인식은 매우 적었으나, 여전히 여성이 능력에 의해 평가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여성의 사회참여 자체도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남자는 일을 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것이 이상적(12.3%)이라는 가부장적인 사고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한 편이라는데 10명 중 4명(38.8%)만이 공감한 것이다.
다만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의견에 대한 남성(49.4%)과 여성(28.2%)의 시각에 큰 간극이 존재했는데, 특히 젊은 남성층(20대 남성 60%, 30대 남성 52%, 40대 남성 40.8%, 50대 남성 44.8%)은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하다는 인식이, 젊은 여성층(20대 여성 22.4%, 30대 여성 20.8%, 40대 여성 32.8%, 50대 여성 36.8%)은 사회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한 모습이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성 대결 구도의 단면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여성에게 승진기회를 공평하게 주고 있는 편이라는 의견이 14.1%에 불과했으며, 정치/사회분야에 여성리더들이 많은 편이고(14.3%), 여자가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은 편(11.7%)이라는 인식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10명 중 8명 "성 차별 문제 너무 여성에게만 집중"
이런 인식들은 아직도 한국사회에 남녀차별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라는 의견은 23.4%에 불과했으며,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시각이 61.6%에 이르렀다. 다만 젊은 남성층은 우리나라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적은 사회라는 인식(20대 남성 50.4%, 30대 남성 40%, 40대 남성 29.6%, 50대 남성 21.6%)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여성 복지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시각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전체적으로는 여성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이 실행되고 있다(39.7%)는 생각이 적은 편이었으나, 남성(57.6%)과 여성(21.8%)의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었으며, 특히 젊은 남성층(20대 남성 72.8%, 30대 남성 64%, 40대 남성 51.2%, 50대 남성 42.4%)은 이미 여성 복지정책이 많이 실행되고 있다고 느끼는 모습이었다. 젊은 남성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들이 여성에 의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낄 개연성이 있어 보이며, 성 차이로 인한 문제를 성차별로 받아들이는 일부 여성의 태도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 성 차이로 기인한 문제를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77.3%), 성차별로 보기 어려운 일인데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74.8%)는데 대부분 공감했는데, 2030대 남성에게서 이런 태도가 뚜렷했다. ‘성차별’ 문제가 여성중심적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는 우려도 많았다. 10명 중 8명(80.3%)이 성차별에 대한 문제가 너무 여성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것 같다고 바라봤으며, 남성에 대한 성차별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85.5%에 달했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성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관련해서는 뿌리 깊은 유교사상(50.7%·중복응답)과 가정 내에서부터 고착화된 성 역할(43.2%)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가부장적이고, 남성중심적인 한국사회의 문화가 남녀평등을 저해하고, 성차별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유교문화(남성 47.8%, 여성 53.6%)와 가정 내 성 역할(남성 34.2%, 여성 52.2%)에서 문제를 찾으려는 태도가 더욱 강했다. 또한 남아선호사상(35.6%)가 성차별문제의 원인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으며, 여성들의 주체성이 부족하다(29%)는 의견이 남성(남성 38.4%, 여성 19.6%) 및 보수층(진보 27.1%, 중도 28.1%, 보수 38%)을 중심으로 많은 편이었다.
그밖에 뚜렷하게 성 역할을 구분 짓는 학교교육(26.1%)과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사회적 의지의 부족(23.9%)을 성차별 문제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뒤를 이었다. 여전히 남녀평등문제가 잘 실현되지 않고 있는 부분으로는 결혼 및 출산 후 여성의 사회생활 제한(72.5%·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출산과 육아 문제에 대한 강요 및 간섭(60.3%), 여성을 성적비하 및 희롱하는 대화(54.6%)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금녀(禁女)의 벽 허물어졌다" 여성 35%만 동의
이와 함께 남성 대비 적은 급여(49.9%)와 남성쪽 집안을 중시하는 문화(48.6%), 여성의 고위직 진출 제한(43.6%) 및 승진 기회의 제한(38.4%)도 개선될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모습으로, 대체로 여성의 목소리가 훨씬 강했다.
반면 과거에 비해 남녀 ‘성차별’ 인식이 개선된 부분으로는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발해진 점(71.7%·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비록 앞서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았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일 것이다. 특히 공공연하게 성차별이 이뤄지던 시대를 살아온 50대가 성별에 관계 없이(남성 82.4%, 여성 80.8%) 여성의 사회참여가 많아졌다는데 적극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불합리한 부분에 맞서는 여성들의 움직임이 많아지고(58.5%), 기혼여성의 사회생활 참여가 많아졌다(55.1%)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지고(43.5%), 성별보다는 능력에 따라 개인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졌으며(42.8%),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40.4%)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다만 남성에 비해 여성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줄어들고(남성 48.8%, 여성 38.2%), 성별보다는 능력에 따른 평가를 받으며(남성 51.8%, 여성 33.8%), 금녀의 벽이 허물어졌다(남성 45.8%, 여성 35%)는 시각에 비교적 덜 동의하는 모습으로, 남성과 여성이 성 차별을 바라보는 관점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여성일수록 성차별 문화가 개선되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못하는 태도가 두드러지는 것도 특징이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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