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 촉발 피의자들 혐의부인…재판 난항

[스토리세계-미투는 지금②]미투 재판 난항중 지난 1월부터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운동의 당사자들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투운동의 일환으로 제기된 폭로들은 이제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게 됐다.

한국의 미투운동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을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씨가 폭로하면서 정점으로 치달았다. 정치권에서의 미투운동으로인한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안 전 지사는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에서 경찰조사를 받은 신세로 전락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3월 19일 여비서 등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조사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김씨가 지난 3월5일 “안 전 지사로부터 지난해 6월 이후 8개월간 4차례의 성폭행과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다음 날인 6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로 안 전 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19일 법원 등에 따르면 김씨의 폭로 이후 줄곧 “합의에 의한 관계”라고 주장해온 안 전 지사는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추행에 대해 “그런 행동 자체는 있었지만 의사에 반한 것이 아니었고 애정 등의 감정하에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미투운동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있는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검찰 조사를 받게된 안태근 전 검사장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4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서 검사는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안 전 검사장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는 등 성폭력을 했다고 폭로했다. 또 이제 대한 문제제기를 하자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공무원집단 중 가장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검찰 내부에서 상사에 의한 성폭력 고발이 있었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미투 운동은 촉발됐다.

안 전 검사장은 인사보복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만 재판에 넘겨졌다. 안 전 검사장 측은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첫 공판기일에서 “책임 회피를 위해 기억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술에 만취했었다”며 “상식적으로 제정신이었으면 다른 검사들이 지켜보는 과정에서 여성 검사를 추행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윤택씨도 혐의를 부인 중이다. 이씨는 1999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연극인 17명을 상대로 62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공소시효 만료에 해당하지 않고 상습범 적용이 가능한 2010년 4월 15일~2016년 6월 피해자 8명에 대해 이뤄진 범죄 24건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해 이씨를 유사강간치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씨 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지난달 9일 열린 자신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독특한 연기 지도 방법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두 차례의 준비기일을 마친 이 전 감독의 첫 정식재판은 오는 20일 오전 열릴 예정이다.

사건들은 대부분 수년 전에 발생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공소시효가 만료로 안 전 검사장은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기소되지 않았고 이씨의 경우에도 제기된 사건 62건 중 24건에 대해서만 기소됐다. 증거 등이 남아있지 않고 대부분 진술에 의존하고 있어 관련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이 유무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