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망론’ 첫 주인공이자 후견인

정치 지지 기반된 충청도 / 1995년 자민련 창당으로 맹주 부상 / 지역주의에 기댄 정당 원조로 꼽혀 / 반기문 대권후보 떠오르자 덕담도 / 정우택·정진석·이완구 ‘JP키즈’ 불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는 생전 ‘충청 대망론(大望論)’의 첫 주인공이자 대표적인 후견인이었다. 충청권 출신의 많은 정치인들이 ‘JP키즈’를 자처하며 김 전 총리의 후광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창당 등 지역 패권주의 고착화라는 역효과도 낳았다는 지적이다.

맨 처음 충청 대망론의 불을 지핀 정치인은 김 전 총리였다. 1987년 제13대 대선에 출마했다 낙선한 그는 1995년 민주자유당 탈당 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민련을 창당했다. 1997년 대선에서는 내각제를 고리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에게 후보를 넘겨 대권을 포기한 적도 있다.

김 전 총리는 현대정치사에서 ‘충청권 맹주’로 불렸지만 정권 창출의 조력자에만 머물렀다. 이런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JP는 생전 충청 지역 출신 정치인들의 분발을 강조했다. 2016년 ‘김종필 증언록’ 출판기념회에선 “나라 장래를 걱정하는 국가관에 투철한 후진 정치인들이 (충청 대망론을) 반드시 계승해서 이뤄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JP의 ‘충청 대망론’을 물려받은 ‘후진 정치인’들은 주로 야권에 몰려 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전인 2016년 하반기부터 유력한 여권 후보로 떠올랐다. 김 전 총리는 반 전 총장에게 “충청지역을 위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정진석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 등도 대표적 ‘JP키즈’로 꼽힌다.

자민련 소속으로 1996년 처음 국회에 입성한 정우택 의원은 자민련 정책위의장 등을 거친 뒤 DJP연립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4년 17대 총선 이후 자민련을 탈당한 그는 현재 한국당의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로도 거론된다.

김 전 총리가 정우택 의원에게 ‘정치적 스승’이라면 정진석 의원에겐 ‘정치적 아버지’나 다름없다. 정진석 의원 부친인 정석모 전 의원은 JP와 공주고 동문이었고 정 의원 역시 2000년 16대 총선에서 자민련 간판으로 당선됐다. 그는 김 전 총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23일부터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맞는 ‘준 상주’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도 JP와 인연이 각별하다. 이 전 총리는 1997년 신한국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긴 뒤 대변인과 원내총무 등을 역임했다. 이 전 총리는 24일 JP 빈소에서 “JP의 미학과 여유, 너그러움, 관용을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가 JP키즈”라고 말했다. 한국당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와 홍문표·김태흠·성일종 의원 등도 직간접적인 ‘JP 사단’으로 분류된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