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6-25 14:59:04
기사수정 2018-06-25 13:28:51
특검, 경찰과 '찰떡 공조'는 커녕 불협화음만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사건을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권위가 수사 착수도 하기 전에 흔들리고 있다. 검찰조직 내에선 “특검 사안이라기보다는 소모적인 정치적 이슈”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검이 그나마 성과를 거두려면 특검법상 보장된 준비 기간 20일을 알차게 사용해야 하는데, 수사 시점을 코앞에 두고서야 경찰에 수사관 파견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팀으로부터 수사관 파견 요청을 받았냐’는 질문에 “아직 공식 요청이 안 왔다”고 답했다. 하지만 특검팀 대변인을 맡은 박상융 특검보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미 지난주 경찰청에 10여명을 보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했다.
특검법상 공무원 35명, 특별수사관 35명을 파견받을 수 있는 특검팀이 정작 ‘김씨를 직접 수사한 서울경찰청 소속 수사관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 경찰 고위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왔다고 해석될 법하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주 금요일인 22일에야 경찰청에 수사관 파견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공문을 접수한 경찰청이 검토 후 김씨 수사를 맡았던 서울경찰청에 공문을 재차 내려보내야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특검법상 보장된 수사 준비 기간 20일은 특검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인 만큼 최대한 빨리 수사 인력을 파견받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특검팀은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면 수사 착수를 불과 3일 앞두고 수사관 파견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법조계 일각에선 벌써 “특검 수사 전망이 밝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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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댓글조작 의혹 수사를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박상융(왼쪽) 특검보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간담회장에서 허익범 특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앞서 특검은 11일 “검사 12명을 보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20일이 되어서야 파견검사 10명 명단을 통보받았다. 법무부와 검찰은 ‘적폐청산 수사’에 인력을 집중 투입한 상황이어서 특검의 파견요청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는 “특검법상 최대 검사 13명을 파견 보내야 하는데, 이는 3∼4개 부서를 구성하는 인원”이라면서 “사실상 수원지검 성남지청을 통째로 특검에 옮기는 것과 같아 검찰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기관에 인력 파견 요청을 하면 검경이 즉각 대응했는데, 이번엔 파견 요청한 지 일주일이 훌쩍 지나서야 법무부가 파견검사 10명 명단을 통보했다”면서 “이번 특검은 시작부터 영 아니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러잖아도 검사 파견도 늦어진 마당에 특검이 수사할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