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헌의뇌이야기] 뇌 발달과 공룡의 멸종

최근 공룡에 관한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면서 공룡 이야기가 우리의 흥미와 상상을 무한히 자극하고 있다.

1억 년 이상 동안 지구를 제패했던 공룡은 약 6500만년 전 지구에서 멸종됐다. 공룡의 갑작스런 멸종에 대해 여러 학설이 있지만 비교적 설득력이 있는 과학적 주장은 6500만년 전에 뱁스티나 행성군에 속한 10km 정도 크기 운석의 지구충돌설이다. 오래전에 상영됐던 영화 ‘아마겟돈’, ‘딥 임팩트’에서 본 것처럼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에 충돌한 운석이 일으킨 해일, 지진, 화산폭발 등과 같은 자연재해는 물론 유황먼지가 수년간 햇빛을 차단해 수많은 동식물이 멸종됐으며, 큰 몸집에 비해 작은 뇌를 가진 공룡은 생존경쟁에서 도태돼 멸종했다는 것이다.

공룡의 뇌는 험난한 지구환경을 헤치고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작았다. 고래· 코끼리의 뇌는 몸무게의 2000분의 1, 유인원은 100분의 1, 사람은 40분의 1인데 공룡은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몸무게가 수천 kg 나간 것에 비해 뇌의 무게는 고작 100g 정도로 뇌의 무게가 체중의 2만 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아 운석이 충돌한 험난한 자연환경 속에서 잘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육중한 몸에 비해 너무나 작은 뇌로 1억 년이나 지구상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 놀랄 만한 일이다. 몸이 더 작아지고 공룡의 뇌가 10배 이상 컸다면 지금도 ‘아기공룡 둘리’가 이 지구에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생존경쟁에 이겨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뇌 발달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리 인류가 이 지구에서 ‘만물의 영장’이 돼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과 멸종을 좌우할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가 된 것은 어떤 생명체보다 발달한 두뇌 덕분이다. 앞으로 인류사회가 직면할 4차 산업혁명의 성패도 인간의 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인간도 공룡처럼 멸종되지 않으려면 편리성 위주의 문명 발달을 통해 지구를 파괴하지 말고 자연친화적으로 뇌를 지속적으로 발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유헌 가천대 뇌과학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