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안희정과 해외출장 힘들다고 호소” 증언

안 전 지사 사건 세 번째 공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말 한 마디로 모든 일이 결정됐다.”

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사건 제3회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정모(여)씨는 법정에서 “안 전 지사가 민주적이고 열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도청에 들어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며 이 같이 증언했다.

충남도청 콘텐츠 팀에서 안 전 지사의 업무 모습을 촬영하는 용역 일을 했던 정씨는 고소인 김지은씨와 언니 동생 사이로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김씨가 술을 마실 때면 여성 지지자들이 도대체 왜 지사님을 남자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제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나 자신이 안 전 지사를 이성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정씨에게 “김씨의 폭로 이후 지인에게 연락해 ‘(안 전 지사가) 다른 여자와 잤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고 한 적이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씨는 다시 “어떻게 도지사가 여직원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느냐, 실망스럽다는 취지였다”고 반박했다. 안 전 지사 측은 또 “지지자들이 지사에게 선물 등을 할 때 김씨 눈치를 봐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느냐”고 물었고, 정씨는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공판에는 안 전 지사의 대선 경선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김씨와도 가깝게 지냈던 구모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다. 구씨는 안 전 지사 캠프의 위계질서가 엄격했고, 김씨가 안 전 지사와 유럽 출장을 갔을 때 힘들어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는 안 전 지사가 러시아·스위스 출장 당시 김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구씨에게 출장 간 김씨와 정확히 어떻게 연락을 했는지 되물었으나 구씨는 어떤 형태였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구씨는 “올해 3월5일에서 6일로 넘어가는 밤에 안 전 지사의 큰아들로부터 ‘그 누나(김지은씨) 정보를 취합해야 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큰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안 전 지사의 아내인) 민주원 여사가 받았다”고도 말했다.

이어 구씨는 “민 여사가 ‘안희정이 정말 나쁜 XX다. 패 죽이고 싶지만, 애 아빠니까 살려야지. 김지은이 처음부터 이상했다. 새벽 4시에 우리 (부부) 방에 들어오려고 한 적도 있다. 김지은의 과거 행실과 평소 연애사를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이날 증인 두 명을 더 신청해 총 네 명을 신문했다. 정씨와 구씨 외에 나머지 두 명에 대해서는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된다. 1회 공판 때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고, 2회 공판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씨는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정무비서였던 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오는 16일까지 총 7차례 공판을 열어 심리를 마무리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