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글씨체는 ‘웅건’ 백제 ‘유려’ 신라 ‘소박’

삼국시대 비석·목간 글자 분석 책 나와
고구려, 백제, 신라의 글씨가 어떤 특징을 가졌으며, 어떻게 달랐는지를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고대·중세 금석문과 목간 글씨 연구에 매진한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의 ‘삼국시대의 서예’(사진)는 삼국시대 비석과 목간, 탁본을 포함한 각종 문자 자료를 망라한 뒤 고구려, 백제, 신라 글씨를 분석해 유사성과 차별성을 도출한 책이다.

고구려 글씨는 광개토왕비와 충주 고구려비 등의 비석, 북한과 중국에 있는 고분, 금동불 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불상 뒤쪽 장식물)와 금속 그릇 등에 남아 있다. 정 연구위원은 “고구려 글씨는 용도에 따라 서체와 서풍이 결정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국가적 사건을 기록한 비석에는 고구려의 진취적 기상을 드러내는 웅건한 글씨를 썼고, 개인적 용도의 금석문에는 편한 마음으로 자유로운 글씨를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도에 따른 서체와 서풍 선택은 지극히 보편적이면서 창의적인 생각으로, 삼국 중 고구려에서만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제의 글씨에는 유려함이 묻어난다. 그는 “무령왕 지석을 보면 이두 양식을 보인 고구려, 신라 명문과 달리 문장이 중국 한문 양식을 따르고 있어 한문 수준이 높았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백제 글씨는 유려함과 화려함,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절제미와 세련미를 지닌 개성의 집합체”라며 “전체적으로 다양하지만 일관성이 부족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라는 처음에 고구려 서예를 수용했지만 6세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서풍을 완성했다. 신라 비석의 글씨를 분석한 정 연구위원은 “석비 형태의 다양함을 따른 서법의 다채로움은 주어진 환경을 이용하는 신라인의 적응력과 순발력을 상징하고, 서체와 서풍의 일관성은 신라인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성품의 표상”이라고 주장했다.

강구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