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화재 참사 겪고도…여전히 막혀있는 비상구

[스토리세계-옥상문 논란②] 행안부 징벌적 손해배상 추진 회사원 장모(30)씨는 지난해 제천 화재 참사 이후 목욕탕이나 헬스장을 이용하기 전에 비상구를 먼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유별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씨는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야 안심이 된다고 한다.

장씨는 13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형 참사가 계속 발생해도 바뀌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내 안전은 내가 지켜야지 아무도 대신 안 지켜준다. 부모님께도 꼭 확인하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쇼핑몰의 비상구 통로 모습. 상품 적재가 금지된 구역이지만 각종 상자들이 쌓여 있다. 자료사진
◆화재경보기 끄고, 비상구 앞 물건 두고…안전불감증 여전

장씨의 우려와 같이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와 경남 밀양 병원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참사 후에도 찜질방이나 요양시설, 병원 등에서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5일부터 4월13일까지 진행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전국의 공공·민간시설 34만6346곳을 점검했다. 그 결과 과태료 부과 대상이 1232곳으로 지난해 131곳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했는데, 행안부는 안전점검 내실을 강화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성사우나의 비상구가 선반으로 막혀 있다. 연합뉴스
목욕탕 방화문에 이중덧문을 설치한 사례. 서울시 제공
과태료가 부과된 시설은 대형 공사장이 710곳으로 가장 많고 찜질방 104곳, 요양시설·요양병원 93곳, 숙박시설 68곳, 중소병원 57곳 순이었다.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의 작동 스위치를 일부러 꺼놓거나 비상구 앞에 물건을 쌓아 놓는 등 소방시설 관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또 현장 시정 조치는 1만400곳에서 이뤄졌고 과태료 부과·영업정지·시정명령 등 행정조치는 4890곳, 보수·보강 대상 시설은 2만2282곳으로 나타났다.

목욕탕 옥내 소화전 앞을 창고로 활용한 사례. 서울시 제공
◆‘비상구 폐쇄’ 화재 발생시 건물주에 징벌적 손해배상

행안부는 지난 5월3일 고의적·악의적으로 건물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소방시설을 차단하는 행위에 대해 안전 분야 최초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비상구를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 징벌적으로 배상금을 물려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류 본부장은 징벌적 배상금 규모는 다른 분야의 사례에 비춰 피해액의 3배 정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방법 개정도 추진 중이다. 행안부는 일반음식점이나 영화관 같은 다중이용업소에서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잠가놓아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현행 300만원의 과태료 부과에 그쳤던 것을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할 계획이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