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북·미 회담 이후 1개월 성적표… 남북 A·미국 C-·일본 D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지 1개월가량이 흘렀다. 6자 회담 참가국이었던 남북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된 대화와 협상 국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치열한 외교전을 전개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부르킹스 연구소는 1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이후 북한을 궁지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6개국의 외교 분야 성적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제프리 베이더 선임 연구원(전 대통령 국가안보특보)과 라이언 하스 연구원이 작성했다. 두 연구원은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핵심 이해 당사국이 자국의 이익과 열망을 어느 정보 확보했는지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남북한은 A, 중국 A-, 러시아 B+, 일본 D, 미국 C-를 받았다. 브루킹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북한: A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포기하지 않은 채 외부의 압박을 누그러뜨리고, 국제적으로 보다 폭넓은 인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김 위원장은 이제 공인받은 국제 지도자이다. 북한의 국제적 고립은 끝났다. 대북 제재 망은 갈가리 찢어지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은 무뎌졌다. 북한이 주장했던 ‘단계적 비핵화’는 이제 더는 도전을 받지 않는다. 냉랭했던 북·중 관계도 해빙됐고, 양국이 상호 이익을 위해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한국은 북한을 형제 국가로 인정했고, 남북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에 이르렀다.

▲한국: A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성공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북한으로부터 더는 한국에 위협을 가하거나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문 대통령은 남북한 데탕트 목표를 달성했고, ‘햇볕정책’의 최신 버전을 실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율은 고공 행진을 하고 있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이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들여 북·미 정상회담을 중재했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은 크게 줄어들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한·미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손상됐던 한·중 관계도 복원했다.

▲중국: A-

중국은 북한과의 협력 관계를 재정립했고,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중대한 조처를 할 때는 중국의 참여 없이는 안 된다는 점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대북 군사 옵션을 거론했으나 이제 그런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 중국은 한국과 북한에 동시에 무역과 투자를 확대할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북한에 제재를 강화하라는 미국의 대중 압박도 줄어들었다. 중국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북한 핵실험 중단, 트럼프 대통령이 시사한 주한 미군 철수 검토를 모두 환영했다.

▲미국: C-

김정은-트럼프 회담에 앞서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중단함으로써 북·미 간 긴장이 줄어들었고, 전쟁 위험성도 그만큼 감소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미국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을 미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의 단일 대오도 무너졌다.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믿음도 사라지고 있다. 북한이 끝내 비핵화를 거부하면 한·미 양국이 대북 전략과 향후 일정표를 놓고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작한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연합 전선도 무너졌다.

▲일본: D

일본의 오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 여러 해 동안 핵무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북·미 간 협상에서 중거리 미사일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북한의 이 프로그램은 가까운 장래에 줄어들기 어렵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군사 훈련 중단과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 언급으로 인해 미군이 동북아에 머물러있을지 의문이 제기됐다. 일본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없다.

▲러시아: B+

러시아의 이해는 중국과 겹친다. 다만 그 정도가 약할 뿐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 변화를 자국의 이익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대북 제재 완화 조처를 확대하려 한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