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7-20 15:32:58
기사수정 2018-07-20 15:32:57
북한의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GDP)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수출길이 사실상 막힌데다 가뭄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경제 규모가 큰 폭으로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6.5%를 기록한 1997년 이후 최저치다. 이 시기는 북한 경제가 자연재해와 국제적 고립으로 대기근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던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던 시기였다. 지난해 역시 ‘고난의 행군’ 시기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대북제재로 중국을 제외한 국제사회의 수출 통로가 막히고 가뭄으로 인한 대기근이 경제성장에 ‘직격탄’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추정한 북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1.1%) 이후 2년 만이다. 북한 경제는 2011~2014년 4년 연속 1% 내외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 가뭄 등으로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했다. 2016년에는 성장률이 3.9%로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크게 개선됐지만 지난해 다시 경제 규모가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북한의 역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다. 국제사회의 제재 심화로 지난해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는 총 55억달러로 전년(65억3천만달러)보다 15%나 줄었다. 특히 수출이 17억7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7.2%나 줄었고, 수입은 37억8천만달러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2016~17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제 강도 역시 점차 강화됐다. 유엔(UN·국제연합)은 2016년 3월 채택한 결의안(2270호)을 통해 북한의 석탄과 철광석 수출을 금지하고 그해 11월 채택한 결의안(2321호)에서는 북한 석탄 수출에 쿼터제까지 도입해 상한선(4억달러 또는 750만t)을 설정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석탄 철광석은 물론 섬유제품, 각종 광물자원 등 북한의 주력 생산 품목의 수출길이 전부 막히는 등 제재 강도가 한층 세졌다. 9월 채택한 결의안(2375호)에서는 북한으로의 원유 수출을 연 400만배럴로 동결하고, 정유제품 수출도 55% 감축했다.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신규계약도 막았다.
설상가상으로 북한 경제에서 큰 비중(22.8%)을 차지하는 농립어업 역시 가뭄재해 등으로 지난해 -1.3% 성장해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업에 이어 비중이 큰 제조업도 제조업 -6.9% 성장해 20년 만에 최저치였다. 이 외에 광업 -11.0%, 전기가스수도업 -2.9%, 건설업 -4.4% 등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서비스업의 경우 0.5% 성장했지만 지난 2013년 이후 4년 만에 최저치였다.
대북 제재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도 당분가 북한 경제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시행된 대북 제재의 부정적 여파가 올 들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과 비교해 87%, 수입은 40.3% 대폭 줄었다. 중국은 북한 대외 교역의 95% 가량을 차지하는 나라다.
한편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36조6000억원으로 한국(1730조5000억원)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4000원으로 한국의 23분의 1(4.4%) 수준으로 확인됐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