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수출 부진에 美 관세폭탄 예고… '비상등' 켜진 한국車

업계 ‘내우외환’ 위기 타개 고심 /올 국산차 내수 판매 3.3% 감소 / 수출도 전년 대비 7.5% 줄어들어 / 원화 강세로 향후 전망도 어두워 / 美는 25%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 / 民·官합동 전방위 대비 설득 나서 / 金 부총리, 美 재무장관과 면담 /“한국산 車, 관세 대장서 빼달라"
한국 자동차 산업이 말 그대로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했다. 최근의 경기 침체, 한국GM 사태 등으로 내수 판매가 저조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 중 한 곳인 미국의 수입차 ‘관세 폭탄’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어서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산차의 내수 판매량은 75만677대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2014년 이후 이어지던 국산차 내수 증가세는 3년 만인 지난해 꺾인 뒤로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국산차 수출량도 122만2528대로 전년 대비 7.5% 줄어 2009년(93만9726대)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의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원화 강세로 국산차 가격경쟁력이 하락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산차 수출량은 2015년 상반기부터 하락세로 돌아서 상반기 기준으로 4년 연속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수출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 생산량도 자연스레 하락 중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생산량(상용차 포함)은 200만4744대로 전년 동기(216만2548대)보다 7.3% 감소했다. 이는 2010년 상반기(209만9557대) 이후 최저 기록이다.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생산국 순위에서 인도에 밀려 처음으로 6위로 떨어진 한국은 7위인 멕시코에 턱밑까지 추격당했다. 상반기 기준 멕시코 자동차 생산량은 195만6810대로 한국과의 격차는 불과 4만7934대에 그쳤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내수 시장에선 수입차가 야금야금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올 상반기 수입차 판매량은 15만143대로 1년 전보다 무려 17.9% 증가했다.

해외시장의 경우 주요 시장인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신차 수요가 정체하고 있다. 다른 주요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판매 저조 현상을 올해 벗어나곤 있지만 그 회복세가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현재 진행 중인 수입 차·부품에 대한 관세 인상 움직임은 한국 차 산업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미국은 안보를 저해한다고 판단될 경우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 단일 시장으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자동차 253만194대 중 미국으로 건너간 물량은 84만5319대(33%)에 달했다.

현재 미국 수출가격은 평균 1만4500달러선으로, 25% 관세가 붙을 경우 단가가 평균 3000달러 오를 전망이다. 이는 현지 시장 내 가격경쟁력 약화로 판매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美 재무장관 만난 김동연 부총리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21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는 민관합동의 전방위 대미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산업통상자원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대표로 한 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에게 “한국을 이번 232조 자동차 관세 조치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한진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등으로 구성된 사절단은 지난 18∼20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김 본부장은 래리 커들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믹 멀베이니 예산국장 등 백악관의 통상 관련 핵심인사, 주요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연구원 등을 만났다.

김 본부장은 한·미가 FTA 개정을 통해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했으며, 이미 상호 자동차 관세가 0%라는 점과 한국 자동차산업의 대미 투자 등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 등을 강조했다. 미국 측 인사들은 우리 입장에 대체로 공감했으며 자동차산업의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을 고려하면 232조 조치가 미국 경제와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현지시간)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아르헨티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에게 수입자동차 고율 관세 대상에서 한국차를 제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김승환·정지혜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