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숨결, 바람이 되다

제주국제관악제 8월 8일 ‘팡파르’
바람의 섬 제주. 제주의 바람(Wind)은 관악(Wind)과 음을 같이한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의 숨결(바람)로 빚어내는 관악의 선율이 제주를 수놓는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제주에 금빛 나팔 소리가 빚어내는 시원한 바람의 하모니가 울려 퍼진다.


지역과 함께하는 관악제를 위해 지난해 열린 ‘우리동네 관악제’에서 외국인 관악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 제공
◆8월, 관악의 선율로 평화를 노래

2018 제주국제관악제와 제13회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8월8∼16일 제주도문예회관, 천지연폭포 야외공연장 등 제주도 23개 실내외 공연장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제주도와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26개 나라 80여개 팀 4000여명이 ‘섬, 그 바람의 울림’을 주제로 제주를 관악의 금빛 선율로 물들인다.

올해 축제 테마는 ‘관악연주의 질적 향상’, ‘제주문화와의 융합’, ‘평화교류’다. 두 팔 없는 장애를 딛고 발가락으로 호른을 연주하는 독일의 유명 음악가 펠릭스 클리저의 연주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발가락 연금술사’라 칭해도 될 만큼 뛰어난 연주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작곡한 호른 협주곡 제2번을 연주한다.

독일의 유명 음악가 펠릭스 클리저.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선우예권은 개막공연에서 피아노로 조지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를 연주한다. 선우예권은 국내 유일 전문도립관악단인 제주도립서귀포관악단과 제주윈드오케스트라를 합친 제주연합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개막공연에서는 톰 대보런이 작곡한 ‘유포니엄과 관악단을 위한 의례’가 관악제 예술 감독인 스티븐 미드의 연주로 초연된다. 프랑스의 쿠드봉윈드오케스트라가 전쟁의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평화를 염원하는 관악뮤지컬 ‘AiMe comme Memoire‘를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선정된 ‘제주해녀문화’를 관악으로 알리는 ‘해녀문화음악회’도 고산리 해녀마을 자구내포구 등에서 열린다. 1만8000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 바람을 관장하는 신 ‘영등’은 제주도민에게 풍요와 축복을 가져다주는 신으로 오랜 세월 제주인의 삶과 함께해 왔다. 서귀포관광극장, 돌빛나예술학교동굴무대, 표선해수욕장 등에서 ‘우리동네 관악제’가 진행된다. 복합문화공간에서는 ‘밖거리(바깥채) 음악회’가 마련된다.

◆다채로운 교류연주·타악콩쿠르…청중의 귀 사로잡을 것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에서 국경을 뛰어넘어 음악으로 소통하는 다채로운 교류연주도 펼쳐진다. 스페인 여성 지휘자 베아트리스 페르난데스 아우세호가 대한민국해군군악대와 함께 스페인의 열정이 담긴 관악곡들을 선보인다. ‘U-13 밴드 콘테스트’, ‘청소년관악단의 날’을 통해서 청소년들의 국제교류 장을 마련한다.

광복절인 8월15일 열리는 경축음악회는 관악제에서만 볼 수 있는 제주페스티벌 윈드오케스트라 공연으로 진행된다. 룩셈부르크, 프랑스, 한국 등 세계 관악인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한국의 여성 지휘자 김경희 교수의 지휘 아래 공연한다. 트럼페티스트 옌스 린더만, 가야금 이수은, 테너 류정필 등이 협연하며 제주도립제주·서귀포·라이온스연합합창단에 의해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이 울려 퍼진다. 15일 오후에는 제주문예회관~제주해변공연장에서 시가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관악 콩쿠르 중 세계 최대 규모의 경연으로 손꼽히는 제13회 제주국제관악·타악콩쿠르가 관악제와 동시에 개최된다. 이 콩쿠르는 2009년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에 등록되면서 국내에서 병역혜택을 받을 수 있는 3대 콩쿠르로 자리 잡았다. 8개 부문 중 4개 부문씩 격년제로 진행되며 올해는 베이스트롬본, 유포니움, 튜바, 타악기 부문이 진행된다. 콩쿠르에는 국내 연주자 51명과 해외 연주자 85명 등 136명이 참가해 기량을 겨룬다.

◆제주 관악, 6·25전쟁 당시 뿌리내려

제주의 관악은 6·25전쟁을 전후해 금빛 나팔소리로 제주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며, 천진스러운 동경과 꿈을 심어주었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제주 토박이 관악인들에 의해 1995년에 처음 개최된 이후 야외연주가 용이한 관악의 특성을 살려 제주의 자연·문화가 어우러진 대표 관악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화한 공연과 콩쿠르의 융화로 예술성과 대중성, 전문성을 고루 추구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축제로 성장했다. 올해 초 검인정 음악교과서에 한국 대표음악축제 중의 하나로 소개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전문 관악축제로 인정받고 있다. 제주국제관악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실시한 2017년 지역대표공연예술제 지원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자세한 공연 일정은 국제관악제 홈페이지와 관악·타악콩쿠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