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7-25 21:28:14
기사수정 2018-07-25 21:28:16
기압차로 공기 이동하는 ‘바람’/시원하려면 온도와 습도 중요/에어컨은 적당한 시간만 가동/선풍기 돌리면 쾌적하게 숙면
요즘 한낮 폭염이 밤에도 이어지면서 잠을 이루지 못해 불면증으로 피로가 쌓이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한다. 이렇듯 뜨거운 햇빛과 높은 온도가 대한민국을 달구다 보니 낮이고 밤이고 시원한 바람을 찾게 된다.
바람은 두 지점 간의 기압 차가 생길 때 그 차이의 힘에 의해 이동하는 공기의 흐름을 말한다. 이러한 자연 바람에 대해 1805년 영국의 해군제독 겸 수로 학자였던 프랜시스 보퍼트는 해상용으로 바람의 종류를 처음 구분했다. 이후 1962년 세계기상기구(WMO)가 바람의 단계를 0에서 12까지 13단계로 재정리해 육지에서 기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바람의 세기를 0단계는 고요, 1단계는 실바람, 2단계는 남실바람, 3단계는 산들바람, 4단계는 건들바람, 5단계는 흔들바람, 6단계는 된바람, 7단계는 센바람, 8단계는 큰바람, 9단계는 큰 센바람, 10단계는 노대바람, 11단계는 왕바람, 12단계는 싹쓸바람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중 흔히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은 얼굴에 바람을 느낄 수 있고 나뭇잎이 살랑거리는 단계인 ‘남실바람’과 나뭇잎과 가느다란 가지가 흔들리고 깃발이 가볍게 날리는 단계인 ‘산들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우리 몸의 열을 적당히 빼앗아 갈 때의 느낌을 말한다.
이외 무더운 날씨에 우리에게 인위적으로 바람을 제공하면서 실내를 시원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공학적 품목으로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다. 근래 들어 선풍기와 에어컨은 신소재 및 3D프린팅 기술과 보다 창의적인 디자인 및 소프트웨어 제어 기술의 도입으로 매우 다양한 형태의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발전하고 있다. 선풍기는 단순한 바람 제공뿐만 아니라 시원한 공기 제공과 함께 실내 공기를 자연스럽게 순환시켜 주는 공기서큘레이터로 발전하고 있다. 에어컨도 찬바람을 공급하면서 실내 공간의 열적 조건과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해 시원함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그러면 이렇게 바람을 일으키는 공기의 이동은 어떤 원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일까. 바람의 원리를 이용해 더욱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 공기의 이동은 공기를 포함하고 있는 공간에서 해당 공기의 단위 면적에 작용하는 압력의 차에 의해 발생한다. 위나 아래로의 공기 이동도 압력의 차에 의한 원리가 적용되고 동시에 지구상에 작용하는 중력이 영향을 미쳐 가벼운 공기가 무거운 공기와 만나 위로 밀려나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기가 열로 뜨거워지면 가벼워져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공기 이동 현상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수학적 방정식으로 유도해 낸 최초의 과학자는 다니엘 베르누이이다. 1738년 베르누이는 저서 ‘유체역학’에서 이동하는 유체의 유선상에서 유체는 속도에 의한 ‘운동에너지’, 정지상태에서의 ‘정압에너지’,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이에 대한 에너지의 합은 언제나 일정하다고 밝혔다. 유선을 따라 이동하는 유체에 추가적인 에너지 공급이나 손실이 없다면 속도의 감소는 압력의 증가를 가져오고, 압력의 감소는 속도의 증가를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베르누이 방정식’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삼각형 형태의 깔때기 출구를 통해 이동하고 있는 공기를 우리가 원하는 속도 및 압력으로 제어하고 싶을 때 에너지 보존 방정식인 ‘베르누이 방정식’을 활용하면 깔때기 형상 설계와 입구 속도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시원한 바람의 조건에는 적당한 속도의 공기 이동이 중요하다. 하지만 공기의 온도와 습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쾌적함을 느끼는 온도는 15~20℃이고, 공기 중에 함유된 습기의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습도는 15℃에서 70%, 18~20℃에서는 60%가 적당하다.
인류는 기원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바람을 만들어 더위와 싸워왔다. 이제 반복되는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에어컨은 적당한 시간만 가동시켜 온도를 낮추고, 선풍기와 공기서큘레이터를 잘 활용함으로써 실내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면 쾌적한 습도와 공기의 속도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는 자연공기를 실내 시원한 공기의 흐름에 더해 잠을 청해보면 어떨까 싶다.
김광선 코리아텍 교수 메카트로닉스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