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7-25 19:19:23
기사수정 2018-07-25 22:54:10
본지, 최근 6년간 명단 입수 분석 / 명의 대여·구치소 과다접견 ‘횡행’/ 5년 전엔 유사사례 없어 격세지감 /“공정 경쟁 위해 징계 엄하게 해야” /“열악한 업계 사정 고려 완화 필요”/ 변협 내부서도 의견 갈려 ‘골머리’
#1. 경기도 안산에서 활동하는 30대 변호사 A씨는 올 초 변호사 업무 광고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200만원을 냈다.
2015년 11월 전북 소재 한 고교 앞에 ‘개인회생, 파산 업무’라고 적은 광고 현수막을 내건 게 문제가 됐다.
#2. 지난 2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40대 변호사 B씨도 광고규정 위반으로 과태료 200만원에 처해졌다.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전문변호사’ 표시를 해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개원 이후 변호사가 급격히 늘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등록 변호사 수가 2만4000명을 넘어섰다. 변호사는 많은데 법률시장 규모는 그대로이니 광고규정 위반, 구치소 과다 접견 등 이른바 ‘생계형’ 비위로 징계를 당한 변호사가 급증하는 추세다.
25일 세계일보가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 437명 명단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징계를 받은 변호사는 총 109명으로 2013년 38명보다 3배가량 늘었다. 올해 7월까지 징계받은 변호사도 74명으로 2010년대 초반 징계 규모 수준을 벌써 넘어섰다.
최근 변호사 징계는 주로 광고규정 위반과 명의대여, 구치소 접견 과정에서의 불법행위 등이 주된 이유다. 지난해 광고규정 위반으로 징계받은 변호사는 26명으로 2013년 4명보다 7배가량 늘었다. 명의대여와 구치소 접견 과정 불법행위로 징계받은 변호사는 각각 17명, 12명이었다. 2013년만 해도 이런 사유로 징계받은 변호사가 한 명도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반면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나 성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징계 건수는 확연히 줄고 있다.
법률시장에선 변호사 숫자의 급격한 증가가 ‘생계형’ 비위 폭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협 대변인 출신 노영희 변호사는 “사건 수는 한정된 상황에서 변리사와 세무사 등 법조 유사직역 권리가 커지고 변호사 숫자까지 늘며 수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힘들어졌다”며 “변호사들이 생계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부당한 광고까지 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치소 등에서 과다접견을 하는 변호사가 크게 늘어난 점도 문제다. 답답한 감방에서 벗어나 비교적 자유로운 접견실에서 시간을 때우려는 ‘재력가’ 재소자들이 과다접견을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 변호사는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 여성 변호사가 법무법인 대표나 파트너 변호사 지시로 ‘접견 전담’ 변호사로 활동 중인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변협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변협은 변호사 업무 광고규정 개정 토론회를 열었으나 찬반이 엇갈려 결론을 못 내렸다. 변협은 광고규정 위반의 경우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는 변호사는 견책을, 법무법인은 과태료 부과를 하는 등 차등을 둔다. 과다접견 변호사도 접견을 한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견책을, 이를 지시한 고참 변호사는 과태료 부과가 보통이다.
어려운 법률시장 현실을 감안해 ‘징계를 완화하자’는 요구가 끊이지 않으나 변호사들 의견은 엇갈린다. 광고규정과 관련해 노영희 변호사는 “과거에는 변호사가 ‘공익 수호자’라고 해서 광고를 못하게 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광고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법무법인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광고는 소비자 보호가 우선”이라며 “법률 소비자가 적절한 전문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규정을 완화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