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美 제재 공포에 리알화 하루 새 13% 폭락

달러당 11만리알까지 치솟아 / 환란 불안감… 달러 사재기도 / 이란, 美와 협상보다는 맞대응 다음달 6일로 예정된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복원 시한이 다가오자 이란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은 29일(현지시간) 달러화 대비 리알화 환율이 하루 사이 13.4%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달러당 4만2000리알이 공식 환율이었지만, 이날 오후 기준 시장거래 환율은 11만리알까지 치솟았다.

달러화 대비 리알화 환율은 지난 1월부터 7월 현재까지 158% 상승했다. 리알화 가치가 7개월 사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 셈이다. 블룸버그는 리알화 가치 하락에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원유수출이 줄어들면 이란 경제에 ‘환란’이 발생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중앙은행은 지난달 23일 외화 통제를 위해 소비재 물품 1339개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 수·출입 업자의 외화거래를 1대1 직거래로 하도록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외화 부족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이미 2012년 미국의 제재로 리알화 가치가 한 달 만에 3분의 1로 폭락한 사태를 기억하는 이란 국민은 달러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테헤란 시민 나기르(65)는 “달러화 대비 리알화 환율이 다음달이면 20만리알까지 오를 것”이라며 리알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집과 차를 팔아서 달러화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란 경제 위기의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요구한 협상안에는 탄도미사일과 핵 프로그램 영구 포기, 주변국 지원 중단, 이스라엘 위협 중단 등 사실상 백기투항을 받아내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존심마저 포기하라는 수준의 요구 때문에 이란 국민 사이에는 반미 정서가 퍼지고 있고, 이란 정부 또한 ‘제재를 이겨내 보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미국은 다른 나라를 제재하는 데 중독됐다”며 “몇달 뒤 그들의 제재가 실패했다는 것을 우리가 증명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이란 보수 군부의 강경책이 힘을 얻고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