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中 일대일로' 봉쇄하는 美…남중국해 굳히기 나선 中

기술·에너지·SOC 등에 1억弗 투입/폼페이오 “평화·번영 위한 착수금/아시아서 지배 추구하지 않을 것”/중국 역내 영향력 확대 견제 목적
주변국 반대에도 병력·무기 배치/타국 항공기·어선 접근금지 경고/필리핀 군용기에 위협 메시지도/전폭기 이착륙 훈련·정찰 등 강화
◆‘인도·태평양 신규 투자’ 발표

미국 정부가 지난 30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지역에 기술과 에너지, 사회기반시설 등을 중심으로 1억1300만달러(약 1266억원)를 투입하는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의 역내 경쟁력 확보와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반을 둔 이 같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도·태평양 비즈니스포럼에서 행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이라는 기조연설에서다. 이번 투자계획은 무역전쟁과 남중국해 문제 등 미·중 갈등 기운의 고조 속에 발표됐다. 폼페이오 장관은 “투자자금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국의 헌신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맞는 ‘착수금’ 성격”이라고 밝혔다. 투자액 가운데 2500만달러는 미국의 기술 수출 확대에 쓰이며, 약 5000만달러는 에너지 자원 생산 및 보관, 사회기반시설 개발 신장을 위한 새로운 지원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데 투입된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밝힌 투자 대상 지역에는 북한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아시아의 수많은 동맹국과 우방처럼 미국은 독립을 위해 싸운 적이 있다”며 “우리는 결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지배’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 등과 맞물려 영향력 제고에 나선 중국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동북아, 호주, 인도에 이르는 지역을 통칭해온 아시아·태평양이라는 용어를 인도·태평양으로 변경했다.

지난 5월 말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미군 태평양사령부 명칭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공표했다. 태평양사령부가 창설된 지 71년 만의 명칭 변경이었다. 매티스 장관은 당시 “인도·태평양에는 많은 벨트, 길이 있다”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임을 드러냈다.

미국의 중국 견제는 폼페이오 장관의 동남아 순방에서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8월 1∼5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3개국 방문에 나선다. 첫 방문지인 말레이시아는 최근 독립 이후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냈으며, 새 정부는 중국의 영향력 축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 분쟁지에 7개 인공섬 군사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 주변국 반대에도 남중국해 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베트남명 쯔엉사군도, 필리핀명 카라얀군도)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병력과 무기 배치를 마무리한 중국이 이곳에 접근하는 타국 항공기와 어선 등에 ‘접근금지’ 경고를 보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군이 지난해 하반기에만 남중국해 내에서 정찰 활동 중인 필리핀 군용기에 대해 최소 46차례 ‘접근금지’ 경고를 보냈다고 31일 보도했다. 이 지역을 지나는 필리핀 항공기와 어선에 대해서도 무차별적 무전통신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역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필리핀 공군기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격적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필리핀 조종사는 “인공섬으로부터 ‘중국이 점유한 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오해를 피하려면 즉시 이 지역을 벗어나라’는 무전통신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시 한 번 경고한다. 즉시 이곳을 떠나라.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더욱 강력한 경고가 인공섬에서 잇따라 나왔다고 전했다.

SCMP는 중국군의 무전통신 경고는 남중국해 내에서 새로운 갈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이 군사화한 인공섬들이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이 기존에 점유하고 있던 섬들에 가까이 위치하게 되면서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프래틀리 제도의 필리핀령 티투섬과 중국이 최근 미사일을 배치한 인공섬과는 2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초 이 같은 중국군 행위에 거듭 우려를 표시했지만, 중국 측으로부터 속 시원한 해결 방안을 듣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우리의 영토에 원하는 것을 지을 권리와 영토주권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 같은 중국군의 무전통신 경고는 남중국해 내에서 필리핀군의 해양 정찰 활동에 대한 중국군의 전술이 한 단계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스프래틀리 제도 내 7개 인공섬을 구축한 뒤 병력을 주둔하고 활주로와 미사일 배치 등 군사 요새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중국은 이곳을 중심으로 전폭기 이착륙 훈련을 하는 등 군사화를 강화하면서 중국 영토라는 점을 계속해서 주변국들에 강조하고 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