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드루킹에 ‘재벌개혁 공약’ 자문 정황

특검, 보안메신저 대화 내용 분석/“목차라도 무방” 대선 전 회동 의혹/ 드루킹 불러 김경수와 관계 추궁/ 법조계 안팎 “金 지사 소환 임박”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의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대선 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공약을 자문한 대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루킹과 김 지사 등 여권 사이의 ‘밀월 의혹’ 규명은 이번 댓글조작 사건 수사의 핵심이다. 드루킹과 김 지사의 대선 당시 관계를 짐작할 수 있는 대화 내용을 특검팀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지사 소환도 초읽기에 들어간 기류다. 특검이 법원에 청구한 김 지사 관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됐다.

3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특검팀은 드루킹으로부터 제출받은 이동식저장장치(USB)로부터 드루킹과 김 지사가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주고받은 대화를 입수해 분석에 나섰다.

마스크를 쓴 ‘드루킹’ 김동원씨가 31일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대화 내용 중에는 지난해 대선 전인 1월 5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가 드루킹에게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개략적으로)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라며 “다음주 10일에 발표 예정인데… 목차라도 무방합니다”라고 말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1월 10일은 실제로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가 참석한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의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이 열린 날이다.

이에 드루킹은 “논의과정이 필요한 보고서라 준비된 게 없습니다만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라고 답했다.

해당 메신저 내용에는 대화가 오간 다음날 김 지사가 드루킹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을 예약해놨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들이 이날 실제로 만나 정책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 불법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중인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메신저 대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지사와 드루킹의 관계는 단순한 정치인과 지지자의 관계를 넘어 ‘동반자’에 가까운 밀접한 관계로 해석될 수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쯤 드루킹을 7번째로 소환해 USB에서 나온 대화 내용을 토대로 김 지사와의 관계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이 김 지사를 겨냥해 시도한 첫 강제수사는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전날 경남 창원 김 지사의 관사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영장을 청구했으나 서울중앙지법이 늦은 밤 영장을 기각했다. 정확한 기각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영장 기각으로 이르면 이번 주말 김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려던 특검의 계획도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