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여의도학파] ④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 “자신의 재무상태 수시 점검하고 투자해야 리스크 줄어”

<편집자 주> 부동산 시장에 여의도학파가 뜨고 있다. 명리학·주역·풍수지리 등 과거 부동산 시장을 주름잡았던 비과학적 이론 대신 여의도 금융가에서 쓰는 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분석체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4회에 걸쳐 새로운 부동산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여의도학파 대표 주자 4인방이 말하는 부동산 이야기를 연재한다.


여의도에서 잘나가던 한 부동산 펀드매니저가 갑자기 사라졌다.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30대에 전업 투자자가 되기로 선언한 것이다. 안락하고 보장된 삶을 버리고 도전의 길을 택한 그는 퇴사 이유를 묻는 질문에 “투자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엑셀덕후’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큼 엑셀로 부동산 분석을 하길 좋아하는 그는 엑셀이 자신의 메모장이라고 말한다. 망하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분석하고 재무상태를 점검한다는 민경남 케이엔프로퍼티즈 대표(전 KB자산운용 부동산펀드매니저)를 지난 6월28일 서울 강남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후 2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추가 인터뷰를 했다.

지난 6월28일 서울 강남구 케이엔프로퍼티즈 사무실에서 민경남 대표가 부동산 투자시 확인해야 할 경제 지표와 투자 수익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건축학과를 나왔는데 어떻게 자산운용사로 가게 됐나.

“대학생 때 설계로 유명한 미국 일리노이공대로 교환학생을 갔다. 스스로 보니 디자인 실력은 약했고 시공 쪽 일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을 살리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학부생 시절부터 열심히 찾았다. 수능에서 수학은 만점을 받을 만큼 자신이 있었다. 숫자를 좋아하는 성격을 살릴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 자산운용사에 부동산 펀드매니저가 있다는 걸 알게 돼 그 길을 미리 준비했다.”

―부동산 펀드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일했는데 주로 대형 오피스를 매입하고 보유한다. 보유하면서 밸류애드(가치를 높이는 일)를 해서 되판다. 개발사업을 하는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고 원리금을 받고 하는 부동산파이낸싱(PF) 형태의 부동산 대출형 펀드 상품을 만들기도 했다.

―억대 연봉의 직장을 그만두고 독립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하는 일이나 회사 상사와 동료 모두 너무 좋았다. 급여도 괜찮았고 급여 외에 투자 소득, 강의 소득, 인세 소득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투자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다. 원래 42∼45세에는 퇴사를 하고 내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는데 그게 조금 더 당겨졌다. (그는 아직 30대다.) 올해 설 연휴에 고민하고 양가 어른들께 승낙을 받아 사표를 냈다. 퇴사 이후의 투자와 사업 계획에 대해 엑셀로 숫자를 보여드렸더니 반론을 제기하지 않으셨다.”

―전업 부동산 투자자는 어떤 일을 하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현장 답사를 하고 수익률 분석을 하는 게 주 업무다. 매물이 나오는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현재 보유한 포트폴리오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한 번 입찰에 들어가거나 매입을 검토하면 현장도 밤낮으로 10번은 가봐야 하고, 엑셀 시트도 최소 스무 장은 만들어서 다양한 지표들을 분석해야 한다. 또 부동산 관련 강의와 책을 내기 위해 집필도 계속하고 드물지만 부동산 투자 컨설팅도 한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외 수입이 전 직장 연봉의 절반은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 시간을 아껴서 부동산 투자와 공부를 하고 내실을 쌓아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되면 안 되지 않겠나.”

―엑셀을 굉장히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하게 이야기하면 엑셀을 다루지 못하면 투자는 하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엑셀은 숫자를 기반으로 하는 정확한 메모장이다. (그는 자신이 투자 검토용으로 만든 한 엑셀 파일을 보여줬다. 20개가 넘는 시트에는 다양한 지표들로 수익률과 리스크를 분석한 숫자가 있었다.) 물건에 대한 수익률, 전용면적, 임대료 등 다양한 자료가 있어야 가격이 비싼지 싼지를 판단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요소를 검토해야 하는 이유는.

“투자는 결국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매각가가 얼마일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에 가정을 세워서 접근한다. 자신의 요구 수익률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낙찰가율을 높이면 수익률이 변한다. 내가 경매에서 써낼 수 있는 최대 입찰가도 이런 다양한 엑셀 자료 속에서 알아낼 수 있다. 또 임대차 계약을 맺거나 중개 수수료를 지급할 때도 그것이 내 전체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수리 요구가 왔을 때 이것이 내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좀 더 유연하게 응대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큰 리스크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엑셀 검토자료를 많이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가 내게 말을 해준다.”

―부동산 검토자료를 엑셀로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한 물건에 대한 엑셀 시트를 최소 20개 정도는 만든다. 단순한 건 15시간이면 되는데 숫자 하나하나를 뽑아내고 임대료 숫자 하나를 만드는 데 변수가 많은 물건의 경우 길게는 수일에서 한 달까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입찰가, 민감도, 현금흐름, 인컴게인(이자나 배당수익), 캐피탈게인(매각차익), 양도세 함수, 주변의 매매 및 임대사례, 대출조건, 임차인 매출 추정, 주요 체크리스트, 국고채 금리와 채권 스프레드 등 여러 요소를 살펴본다.”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국고채 금리까지 알아야 하나.

“저는 수익형 투자자다. 수익형 부동산의 수익률과 예금 금리, 국고채 금리도 비교해봐야 한다. 그 스프레드(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 가중 금리) 차이를 통해 수익률이 찾아진다.” (그는 이 대목에서 옆에 있던 칠판에 여러 가지 수식과 그래프를 그려가며 다른 투자상품과 부동산 투자의 수익률 차이를 비교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외워야 할 지표들이 있다고 하던데.

“언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기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매수와 보유 시점에 대한 판단에도 도움이 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요하고, 물가상승률, 금리, 통화량, 환율, 전세가율, 투자 대상의 과거 대비 상승률 등도 중요하다.”

―1주택자도 이렇게 많은 검토를 통해 부동산을 사야 하나.

“실거주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한 채에 대해서는 이 정도의 고민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몇 년 보유하고 어떤 대상에게 팔지를 고민해야 하는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필수적이다. 여러 채를 보유하다 보면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단기보유를 하는 물건이 있고 장기 보유하는 물건도 있는데 각각의 접근 방법이 다르다. 재무상태 특히 자기자본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시점별로 모니터링 해야 한다. 저는 부동산 상승론자이지만 무한상승론자는 아니다. 투자상품은 부동산만 있는 게 아니다. 어느 시점에서 전세가율 차이가 벌어져 투자금이 증가한다거나 다른 요인으로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게 될 수 있다. 그것을 계속 모니터링 해야 한다.”

―개인이 재무상태 표까지 작성하면서 자산을 관리해야 하나.

“부동산 금융의 핵심은 총자산, 부채, 자기자본 비율이다. 이것을 내 소득과 비교해봐야 한다. 투자는 망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다. 아무리 엑셀로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으니 사람들이 결국에는 점을 보러 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경제는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다. 자신의 재무상태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서 망하지 않을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를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결국, 망하지 않기 위해 꾸준히 관리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해답이다.”

―금리가 오르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은 리스크 측면에서 안전할까.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실제 강남 주요지역의 상황을 보면 대출 비율이 높지 않다. 서울 특정 아파트의 등기부등본 120개를 확인해본 일이 있다. 시세대비 LTV 비율이 12% 수준이었다.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50대였다. 이들의 재무상태를 생각해보면 하방 경직성이 강하다. 생각보다 대출이 높지 않아서 당분간 큰 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부동산을 관리할 때 밸류애드라는 용어가 있던데.

“쉽게 말하면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공사를 통해 리모델링하거나 증축을 할 수도 있고, 임차인을 바꾸거나 임대료를 올리는 것 등이 모두 밸류애드라고 할 수 있다. 또 자금 조달구조를 바꿔서 금융비용을 줄이거나 선순위와 후순위로 쪼개는 방법을 통해 투자금을 더 줄이는 방법 등 다양하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떤 점을 잘 살펴봐야 할까.

“정부의 정책을 잘 봐야 할 것 같다. 세금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유세나 양도세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한 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부분이 더 크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동산 투자는 결국 실행력과 부지런함이 가장 중요하다. 부동산 투자의 3요소를 꼽으면 자본, 분석력, 실행력이라고 생각한다. 자본과 분석력을 갖춘 사람은 많지만 실행력까지 고루 갖춘 사람은 잘 없다. 저녁, 주말을 아끼지 않고 발로 뛰어야 한다. 자기가 노력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기관투자자들을 보면 수천만원을 들여 시장보고서를 의뢰하고 또 수천만원 짜리 엑셀로 만든 재무보고서를 받아본 뒤에야 투자한다. 하지만 개인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것을 대신 해줄 사람이 없다. 부동산계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 10년을 공부하면 10억을 벌 수 있다. 그런데 매년 1억씩 벌어지는 게 아니라 9년간 공부만 하다가 마지막 1년에 10억을 번다고 한다.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투자에 나서겠다면 큰 각오를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민 대표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자신이 낸 부동산 책을 출퇴근 길에 주로 썼는데 집과 여의도를 이어준 지하철 5호선과 이를 운행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치열하게 시간을 보냈는지, 이 정도의 각오와 노력이 없다면 전업투자자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길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서상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