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02 18:54:29
기사수정 2018-08-06 18:35:07
마트·쇼핑몰 주차장, 왜 덥나 했더니
“아, 여긴 진짜 찜통이다….”
전국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린 2일 오후 2시쯤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 주차를 한 뒤 마트 입구로 들어서던 한 시민의 입에서 이 같은 탄식이 새어나왔다. 햇볕이 직접 내리쬐지 않는 실내에다 밀폐된 공간도 아니어서 바깥보단 낫지 않을까 싶었으나 오산이었다. 주차장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더웠다. 이 시각 서울의 기온은 38도였지만 주차장 내부는 41도까지 치솟았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 탓에 시민들이 냉방이 잘 되는 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으로 몰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자연히 차량 출입이 늘고, 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주차장에 가득 차 더워지는 것이다. 이날 강서구 마트 주차장에서도 차들이 끊임없이 새로 들어오고, 빠져나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시민의 몰지각한 행동이 마트 등의 주차장을 더욱 ‘찜통’으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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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시민들이 차량 시동을 켜놓은 채 트렁크에 짐을 싣고 있는 모습. 김주영 기자 |
이 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여름이고 차가 많으니까 당연히 더운 것도 있는데, 어떤 분들은 차 안이 더워질까봐 아예 시동을 켜놓은 채 장을 보기도 한다”며 “그러면 주차장이 더 덥고 답답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날 마트 주차장 1∼3층을 돌아봤더니 층마다 두세대씩은 공회전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시동을 걸어 놓은 채로 차 안에서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꼭 시동을 켜고 있지 않더라도 장을 본 뒤 먼저 시동을 켜서 에어컨을 가동시킨 다음 짐을 싣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차량 공회전으로 인해 주차장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지만 마트 입장에선 딱히 제지할 방도가 없다. 이 마트 관리팀장은 “주차장에서 시동을 켜놓고 머무는 차량을 발견해도 직원이 가서 ‘시동을 꺼 주십시오’라고 권고하는 것 말고는 조치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털어놨다.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복합쇼핑몰 지하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하인 데다 강서구 마트보다 주차장 규모가 커서 그런지 더 덥고 습하게 느껴졌다. 주차장 한 층만 살펴봤을 뿐인데도 공회전 중인 차량이 10대 이상 확인됐다. 시민들은 하나 같이 찌푸린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차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물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몸과 옷이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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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된 2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 시동을 켜고 에어컨을 튼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남정탁 기자 |
차량 공회전으로 찜통이 된 주차장은 시민과 근로자들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하은희 이화여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주차장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NO2), 휘발성유기화합물(VOC) 등 각종 화학물질들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할 지방자치단체들은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는 조례로 시내 전 지역에서 차량 공회전을 2분 이상 하면 1차 적발시 경고, 2차 적발부터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등 ‘중점 공회전 제한장소’에서는 경고 없이 즉시 과태료 5만원을 부과한다. 그러나 이는 기온이 5∼25도일 때 얘기고, 그 범위를 벗어나면 공회전 제한 시간은 5분까지 늘어난다. 30도 이상일 때는 공회전 차량을 적발해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광버스의 경우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요즘 같은 날씨에 차량 내부 온도가 급격히 올라 승객들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여러 사정으로 인해 30도 이상인 날에는 홍보나 계도 활동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는 “에어컨을 켜 놓으려고 차 시동을 켜 놓는 건 주변 온도를 높이고 환경문제까지 유발하는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지자체가 주차장 차량 공회전을 강력하게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주영·권구성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