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김경수, 특검 출석 D-1… '드루킹'과 맞대면하나

"드루킹과 대질조사 불가피" / 압수한 의원 시절 PC ‘깡통’… 증거인멸 우려 들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 "도정 책임진 현직 도지사인데…" 법조계에선 영장 발부 가능성 낮게 봐
김경수 경남지사의 드루킹 특별검사팀 피의자 출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허익범 특검팀이 앞서 “물어볼 내용이 많다”고 공언한 만큼 오전에 시작한 조사는 자정을 넘겨 이틀 연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와 김 지사의 진술 내용이 거의 대부분 확연히 엇갈리는 만큼 김 지사를 상대로 한 피의자 신문 도중 구치소에서 드루킹을 데려와 두 사람의 대질조사를 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허익범 특검의 '창' VS 김경수 지사 '방패'

5일 특검팀에 따르면 6일 오전 9시30분 시작되는 김 지사 소환조사는 오는 25일 만료하는 특검 1차 수사기간(60일)의 ‘하이라이트’ 장면에 해당한다. 특검팀은 지난 40일간 수사 끝에 김 지사의 혐의를 공직선거법 위반과 댓글 조작(컴퓨터 장애 등 업무방해) 두 가지로 좁힌 상태다. 특검팀은 드루킹과 김 지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눈 은밀한 대화 내용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한 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비록 특검팀은 USB의 입수는 물론 존재 여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함구하고 있으나 이미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들을 최대한 가동해 분석을 마쳤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최근 자신과 이름이 같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김 지사는 지난 5월 받은 경찰 참고인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 특검 수사에도 마찬가지로 ‘정면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지사는 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강남역 부근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기 전 건물 외부에 마련된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을 상대로 간략한 입장을 밝힐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총영사 제안, 지방선거 도움 대가였나

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는 우선 지난해 12월 드루킹에게 오사카, 센다이 등 일본지역 총영사 직위를 제안하며 그 대가로 올해 6·13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루킹 본인이 총영사 자리는 노린 것은 아니고 그가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핵심 회원인 도모 변호사가 대상이었다. 드루킹의 측근이기도 한 도 변호사는 모 대형 법무법인(로펌) 일본팀장을 지낸 ‘일본통’인데 드루킹이 이 점을 들어 도 변호사의 오사카 등 총영사 임명을 간절히 원했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상 선거에서 도움을 받는 대가로 금전이나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약속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김 지사는 “지방선거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드루킹한테 먼저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혐의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이 압수수색영장 등에 적시한 지난해 1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국회의원이었던 김 지사는 지방선거 출마를 생각지 않았던 만큼 이 같은 요구를 했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킹크랩 시연회 본 뒤 '댓글 공작' 지시했나

특검팀에 따르면 김 지사는 19대 대통령선거 이전인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댓글 조작용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사실상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시연회를 본 뒤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을 표했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핵심 근거다. 댓글 조작을 통해 인터넷 포털서이트 업무를 방해한 혐의에 있어 김 지사와 드루킹은 서로 ‘공범’이란 것이 특검팀의 시각이다.

하지만 김 지사는 “드루킹이 온라인에서 ‘선플’ 운동을 한다고 들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그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구체적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느릅나무 출판사를 2∼3차례 찾아간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좋은 기사를 홍보해달라는 취지였을 뿐 댓글 조작과 같은 불법행위를 부탁한 것이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킹크랩 시연회 참석에 대해선 “소설같은 황당한 얘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송인배·정의당 관련 의혹 수사 '남은 과제'

특검팀이 김 지사 조사를 마친 뒤 과연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인지에 경남지역 정가는 물론 여의도와 서초동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검팀은 최근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했는데 김 지사가 과거 의원 시절 썼던 PC를 입수해 분석해보니 이미 자료가 모두 삭제돼 사실상 ‘빈 깡통’이나 다름없었다고 한다. 특검팀이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김 지사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도주 가능성이 없고 무엇보다 도정을 책임지고 있는 현직 도지사에 대해 법원이 쉽게 구속영장을 내줄 것인지는 의문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 조사 이후 특검팀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검팀은 드루킹과 김 지사를 서로 소개시켜준 인물로 알려진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도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출범 2년차로 아직 서슬이 시퍼런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핵심 비서관에게 출석을 통보하는 경우 청와대가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드루킹이 과거 심상정, 김종대 의원 등 정의당 지도부 실명을 거론하며 협박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노회찬 전 원내대표 사망 이후 ‘초상집’이 된 정의당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건 특검팀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