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얼음골사과 120억대 보상 놓고 농민·농약사 갈등 첨예화

피해농민들 “농사 망쳐 당장 보상하라”/ 농약사 “내년에 시험해보고 결정”

피해금액이 120억원대에 달하는 경남 밀양 얼음골사과 피해보상을 놓고 과수농민과 농약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얼음골 사과재배 농가 가운데 특정사 농약을 사용한 400여 농가의 사과 표면이 녹스는 ‘동녹’ 피해원인과 보상문제를 놓고 농약회사와 농민 간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남 밀양 얼음골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한 농민이 특정 농약을 사용한 뒤 녹이 슨 사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밀양얼음골 농약살균제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밀양시 산내면 얼음골 사과 농가 가운데 K농약회사 신제품 살균제를 사용한 445농가의 사과 표면에 녹이 슨 것처럼 누렇고 거칠게 변하는 현상이 발생,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대책위는 “사과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유과기인 4월 말부터 5월 초 사이 이 업체 농약을 사용했다”며 “그런데 농약을 친 후 왁스층이 형성되기도 전에 대부분 사과 표면이 거칠거칠하고 녹스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 문제의 살규제를 쓰지 않은 농가는 이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자체 조사한 피해규모는 445농가 232㏊에 이르며 금액으론 120여억원에 이른다.

농민들은 지난 6월 대책위를 구성하고 지난달 10일 밀양시청 앞에서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인 데 이어 7월 19일과 26일 잇따라 서울 농약 제조사 앞 도로에 피해 사과를 부어놓고 완전한 배상과 농약생산 중단 등을 요구했다.

밀양시는 농약제조등록기관인 농업진흥청에 현장기술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회사 측이 제출한 시험성적서 내용 공개를 요청해놓고 있다.

농민 요구에 대해 회사 측은 일단 내년 봄 유과기에 다시 농약을 사용해보고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부분에 대한 이견이 적지 않아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회사 측은 기본적으로 농약이 아니라 이상저온 탓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내년 봄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시험해본 뒤 과실비율을 정확히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또 농민들이 한 가지 농약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다른 농약도 함께 사용했으니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만 위원장은 “이상저온 탓이면 어떻게 이 회사 농약을 쓴 사과밭에만 피해가 나타날 수 있겠나”라며 “농민들은 내년에 시험을 거쳐서 보상을 결정하겠다는 제안도 수용할 수 없고 올해 당장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회사 측과 협의는 계속해나가되 경남·경북사과발전연합회와 연대해 해당 사 농약 불매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전상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