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원유 끊기나…국내 정유업계 ‘비상’

美제재 동참 땐 원유 수입 불가능 / 초경질유 정제 분야 타격 가장 커 / 정유사, 3개월 새 수입량 절반 줄여 / “단기적인 영향 크지 않을 듯” 관측 미국의 이란에 대한 1차 제재가 7일 발효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이란산 원유를 대상으로 하는 2차 제재가 오는 11월 시행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우선 이란산 원유 비중을 감축하는 등 원유 수급에 대비하고 있지만, 값싸고 질 좋은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이 완전히 막힐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가격 경쟁력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한국은 제재 예외국가로 인정받길 기대했는데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중국, 유럽연합(EU), 인도 등 국가가 미국 제재에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상황이라 한국에 대한 미국의 제재 동참 압력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에서다. 미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제재 부활을 예고한 이후 우리 정부는 예외국가로 인정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해왔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째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1.7원 오른 1614원으로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며 10주 연속 1600원대의 가격도 지속되고 있다.
당장 국내 정유사들은 이란 제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수입을 빠르게 줄여나가는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1159만7000배럴 규모였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석 달 뒤 절반 이하인 549만2000배럴로 줄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업계가 일찌감치 이란산 원유 비중을 줄이면서 대비를 하고 있어 제재가 시행된다고 해도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1억4787만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3억1922만배럴), 쿠웨이트(1억6036만배럴)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국내 도입된 전체 원유 중 이란산 비중은 13.2% 수준이다.

다만 이렇게 수입선 다변화로 원유 수급 문제 자체를 해결하더라도 원가 경쟁력 저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란산 원유는 다른 원유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콘덴세이트 질도 뛰어나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석유화학제품 원가 경쟁력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제품의 기본 재료로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가 일반 원유에선 통상 20% 수준을 얻는다면 이란산 원유에선 80%까지 나온다.

게다가 중국 등 경쟁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강행하고 우리나라는 제재에 동참할 경우 국내 업체들의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선 이란산 원유 제재 시 감산 효과를 내 유가가 올라 국내 정유업체가 일부 이익을 보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싸게 사서 비싼 가격에 팔 수 있기 때문에 마진 폭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단기적인 관점”이라며 “올라간 유가가 나중에 내려가면 또 그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에 긍정 요인이라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등락에 따라 정유사들이 울고 웃고 하는 구조는 아니다”며 “유가는 안정된 속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