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14 08:00:00
기사수정 2018-08-13 16:34:07
“아저씨, 진짜 광역버스 없어지는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인천시에 한 번 질문해보세요.”
13일 인천에서 서울로 향하는 한 광역버스에 오른 20대 추정 승객이 카드를 단말기에 찍자마자 기사에게 이같이 물었다.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 업체 6곳이 적자 등의 이유로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며, 지난 9일 시에 폐선 신청서를 낸 것과 관련해 그는 향후 닥칠 문제를 우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오는 16일까지 시가 업체들에 답변해야 하는 상황에서 광복절인 15일을 제외하면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13일을 포함해 이틀밖에 남지 않아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광역버스 업체들은 21일 첫차부터 운행을 중단할 방침이다.
노선 폐지를 신고한 업체는 △신강교통(1100·1101·1601·9501·9802번) △인강여객(9100·9200·9201번) △선진여객(9300·1800번) △천지교통(1300·1301·1302·2500번) △마니교통(1000·1400·1500·9500번) △신동아교통(1200번)이다. 모두 인천시에 본사를 뒀으며, 국토교통부 담당 광역급행버스(M버스) 노선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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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인천시청 앞에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들이 세워져 있다. 광역버스 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인천시에 버스 준공영제 도입을 촉구하고자 버스들을 이곳에 가져왔다. 연합뉴스. |
운행 중단에 들어가면 인천 광역버스 전체의 75.3%가 멈추게 돼 서울로 출퇴근 및 통학하는 이들의 극심한 불편이 예상된다. 이들 노선은 강남과 신촌, 홍대 그리고 서울역 등 서울 시내 주요 거점을 지난다.
버스에는 ‘인천광역버스 및 근로자대표 일동’ 명의의 안내문도 붙었다.
안내문은 “인천시는 2009년 8월 간선과 지선버스를 대상으로 준공영제를 도입했지만 광역버스는 지금까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며 “고속도로를 경유하는 버스로서 숙달된 근로자가 확보되어야 하고 질 좋은 서비스 기대감 상승만큼 시내버스보다 우선적으로 준공영제에 참여해야 했으나 인천시는 재정적인 문제를 앞세워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상태다”라고 밝혔다.
버스 준공영제는 민간업체가 버스노선을 운영하되 운송원가 대비 적자를 공공기관이 전액 지원해 주는 제도다. 이용률이 낮은 원도심의 비인기 노선도 재정 투입으로 버스 운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성이 강한 제도다. 업계 등에 따르면 준공영제를 ‘시내버스’에만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안내문은 “근무형태와 임금수준 등의 격차로 대부분 종사자가 준공영제 업체를 선호하는 상황”이라며 “경기도 광역버스나 인천시 준공영제버스로 이직해 광역버스 업체들은 운전기사 부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안내문은 그러면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버텼으나, 계속 이어진 적자 운행 및 근로자의 열악한 처우에 따른 광역버스 근로자 부족으로 해당 사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인천시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계속 거절당해 부득이하게 폐선 신청서를 제출, 21일부터 운행을 중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폐선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 중 한 곳의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내버스에 먼저 준공영제를 적용한 뒤, 광역버스도 시행한다는 약속을 인천시가 지키지 않고 있다”며 면허를 인천시가 관리하므로 지원도 시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시내버스에는 준공영제에 근거해 연간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 광역버스에는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 등 23억원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가 검토 필요를 이유로 계획을 철회한 인천시 태도 등에 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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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붙은 안내문 일부. 김동환 기자. |
홍대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광역버스 승객 정모(23)씨는 “서울로 올 때 광역버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오게 돼 안타깝다”며 “문제가 빨리 해결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역버스 업체까지 준공영제 대상이 되기를 주장하는 건 생떼를 쓰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승객을 볼모로 운행 중지를 거론하는 게 옳은 자세냐며, 다른 업체를 도입해 노선을 분할하라는 의견도 쏟아진다.
반면 출발지 인근에서 타는 장거리 승객이 많고, 시내버스와 다르게 한낮 승객이 없는 시간대에는 텅 빈 채로 달리는 버스도 있다면서 적자의 위험성을 인정해 광역버스 업체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는 반응도 보인다.
한편 ‘시내버스보다 우선적으로 준공영제에 참여해야 했으나’라는 내용과 관련해 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해당 주장의 타당성을 두고 여러 의견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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