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발 리라화 충격, 미국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 여파로 전날 아시아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유럽과 미국 주요 증시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2% 하락한 7642.45로 장을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DAX 지수도 0.53% 하락한 1만2358.74로 거래를 마쳤다. 프랑스 파리의 CAC 40 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0.04% 내린 5212.32를 기록했다. 범유럽지수인 Stoxx 50 지수도 0.37% 후퇴한 3413.67로 장을 마쳤다.

터키의 대외부채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6.65%인 대외부채는 2016년 47.34%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2017년에는 1년 사이 5.85%포인트 증가한 53.19%에 달했다. 대부분의 부채는 유럽은행으로부터 빌려온 자금이기 때문에 이번 리라화 가치 폭락으로 지급유예 등이 발생하면 이 피해는 고스란히 유럽 은행들이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유럽 증시가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미국의 주요지수인 다우산업과 나스닥 종합도 각각 전 거래일보다 0.45%, 0.14% 하락해 약세를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은 터키발 쇼크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약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터키가 전 세계 GDP 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지만 최근 화폐가치 폭락이 아르헨티나, 러시아, 파키스탄 등 신흥시장으로 점차 확산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리라화 가치 하락이 한국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한국 증시도 코스피가 1.5% 하락했고 코스닥은 골드만삭스의 셀트리온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 의견까지 겹치며 전 거래일보다 3.72% 폭락했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경기가 좋아지면서 신흥국들이 부채를 크게 늘렸는데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려 큰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한 상황이라 외부의 충격이 더 크게 전해진다. 세계 경제 성장률 둔화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효진 SK증권 자산전략팀장은 "터키의 높은 대외부채 비율과 이 자금이 유럽 은행으로부터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유럽 은행주식과 유로화 약세가 예상된다"며 "터키의 위기가 주변국으로 확산할지 여부를 잘 지켜봐야 한다. 당분간 주가 약세 흐름은 지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