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16 16:20:37
기사수정 2018-08-16 16:20:37
“학력(學歷)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65세 때 생선가게 문을 닫고 남은 인생은 우리 사회에 진 신세를 갚으면서 살겠다는 심정으로 자원봉사하며 살아왔다.”
길 잃은 2세 어린이를 구한 78세의 오바타 하루오(小畠春夫)씨가 카메라 앞에서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일본에서 행방불명된 어린이를 수색하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200㎞ 넘는 거리를 차를 끌고 달려와 결국 찾아낸 칠순 할아버지가 슈퍼 히어로로 부상했다.
|
산속에서 길을 잃은 2세 어린이를 수색에 나서 구조한 78세의 오바타 하루오씨가 구조 당시를 회상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래 사진은 오바타씨가 구조한 후지모토 요시키군. TV아사히 제공 |
16일 일본 매체에 따르면 오봉 명절 연휴를 맞아 야마구치현 스오시마에 귀성했던 후지모토 요시키(藤本理稀)군은 12일 오전 10시30분쯤 할아버지(66), 형(3)과 함께 바다를 구경한 뒤 혼자서 증조할아버지로 집으로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경찰관과 소방대원 등 550여명이 동원돼 이틀 연속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이 같은 소식이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전해지자 실종 현장에서 283㎞ 떨어진 오이타현 히지마치에살던 오바타씨가 차를 끌고 달려와 14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이어 15일 오전 6시부터 산속으로 수색에 들어가 30분 만에 냇가에 움츠리고 앉아있던 요시키군을 찾아냈다. 실종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골든타임(72시간)에 육박하던 행방불명 68시간 만이다.
일본 사회는 어린 생명의 무사 귀환에 안도하는 동시에 칠순 노인의 헌신에 큰 감동을 하고 있다. 오바타씨는 65세 되던 해에 그동안 사회에 진 빚을 갚는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자원봉사 삶에 나섰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2016년 구마모토 대지진 때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2016년 고향 오이타에서 행방불명된 2세 어린이를 수색해 찾은 경험은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 오바타씨는 “(길을 잃은) 어린이는 산으로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저 산으로 가면 요시키군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목욕 수건에 요시키군을 감싸고 산에서 내려오자 경찰관들이 안전을 위해 건네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14일 저녁에 요시키군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내가 구해내 내 손으로 건네주겠다고 약속했다. 구두 약속도 계약이 아닌가. 요시키군을 건네받은 어머니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귀중한 생명을 구해서 기쁘다. 생명은 소중한 것 아닌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방송 리포터가 ‘요시키군을 다시 만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자 단호히 “아니다”고 했다. “요시키군이 인간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그러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