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16 23:34:59
기사수정 2018-08-16 23:34:59
문재인 대통령이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지 1년이 지났다. 국민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 30년가량 됐지만, 애초에 저부담·저수가·저보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여전히 의료서비스의 보장범위를 넓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0년 이후 일정기간마다 ‘보장성 강화’ 중기 플랜을 세우고 국민들의 보장률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새로운 의료서비스와 새로운 비급여 서비스 항목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최근 10년간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60%대에서 정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는 최대한 급여로 보장하겠다는 당찬 포부 아래 노인, 아동, 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지난 1년간 추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치매의심환자 MRI검사나 신경인지검사 등의 건강보험 적용을 대폭 확대하고 중증치매 본인부담률을 인하했으며, 틀니·임플란트 혜택도 확대했다.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 역시 인하했으며, 난임 치료 역시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또한 장애인 보장구 지원 대상도 확대했다. 그 외에도 많은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선택진료비를 폐지하고, 상복부 초음파 및 상급병실(종합병원 이상의 2,3인실)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숨가쁘게 달려왔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가 될 것이다. 2년차부터는 본격적으로 각종 비급여 항목을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큰 이해관계자인 의료계(공급자), 환자 및 국민(가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계는 이미 문재인 케어가 발표됐을 때부터 정부를 향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가입자 역시 매년 3%대로 예상되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보편적 보장의 확대는 국민 모두가 원하는 것은 분명할 터인데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의 문제가 없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이에 따르는 부담은 어떻게 서로 나눠 짊어져야 할지와 서비스 제공 철학과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해 보인다. 의료계에는 더 이상 비급여를 양산해서 수익을 창출하지 않아도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적정수가를 보장하고, 가입자에게는 당장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더라도 살면서 한 번쯤 병원을 가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현실 인식 위에 조금씩 리스크를 분담하면서 보장범위를 확대해 나아가야 함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역시 정책방향에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매년 논란이 되는 정부 의무분담금 수준을 충족하도록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울러, 행위가 이뤄지면 단순히 보상하거나 임의로 삭감한다거나 하는 식의 일차원적 재정 관리보다는 실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수준에 따라 효율적으로 재정이 쓰일 수 있도록 가치에 기반을 둔 지불체계나 심사·평가체계 등 건강보험 운영방식 자체를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은 결국 공급자·가입자·정부가 공통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합리적 논의를 거쳐 도출된 사회적 합의에 따라 쓰임새가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고, 불필요한 갈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곧 닥쳐올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대비에 소홀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의료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