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16 21:04:32
기사수정 2018-08-16 21:04:32
亞게임 마라톤 ‘2연패’ 이봉주의 조언 / 연맹 홍보이사·기술위원장 겸직 / 남녀 대표팀 전훈 지도하고 귀국 / 후배 선수들에 자신감·투지 강조 / 女 김도연 이번 대회 기대주 꼽아
“스포츠 정신은 간단해요. 최선을 다하는 거죠. 보상을 바라거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면 안 됩니다.”
|
이봉주 육상연맹 홍보이사가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그는 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 2연패를 달성한 바 있다. 이제원 기자 |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던 달콤 씁쓸한 추억. 불세출의 마라토너 이봉주(47·사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홍보이사에게 아시안게임이 그랬다. 1998 방콕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던 그에게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이미 1996 애틀란타올림픽 은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으니, 이번엔 후배 선수에게 우승을 양보하라는 것. 좀처럼 화내는 법을 모르던 그도 이만큼 ‘버럭’한 적이 없었다. 이봉주는 “4년을 준비한 땀방울을 더럽힐 수 없다”며 최선의 레이스를 다짐했다. 결국, 제일 먼저 결승선을 끊은 이봉주는 가슴을 활짝 펴고 웃을 수 있었다.
그 후 4년,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이봉주는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난 북한 여자 마라톤 대표 함봉실과 절친한 사이인 것이 알려지며 이른바 ‘봉봉 남매’로 불린 것. 함봉실이 혼신의 역주로 금메달을 따내자 ‘남남북녀’의 동반 우승을 기대하는 여론에 부담감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봉주는 아시안게임 2연패를 보란 듯이 해낸 뒤 포효했다. 마냥 친근한 ‘봉달이’ 이봉주가 진정한 ‘국민 마라토너’로 거듭난 순간이다.
이후 그는 아시안게임 무대에 서지 못했고 무려 16년이 흘렀다. 그러나 인연이 유독 질기다. 이봉주는 오는 18일 개막을 앞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위해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육상연맹 기술위원장까지 겸하는 이봉주는 일본과 콜로라도의 고지대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 남녀 대표팀을 지도하다 최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서 여자 농구, 조정, 카누 드래건보트(용선) 3종목이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하면서 이제는 소식이 끊긴 ‘봉실이’ 생각도 자주 난다.
“한국이 폭염 때문에 난리잖아요. 인도네시아가 덥다는데 한국만 못해요. 마라톤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정신력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한국 육상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노 골드’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2010 광저우 대회에서 남자 마라톤 지영준의 금메달 기운을 이어가지 못한 게 뼈아프다. 이봉주가 이번 대회에서 기대주로 꼽은 선수는 여자 마라톤의 기대주 김도연(25·K-water)이다. 김도연은 주종목인 5000m와 1만m에서 2016년 마라톤으로 전향한 뒤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독종’이다.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선 2시간25분41초로 21년 만에 한국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제 막 발을 뗀 김도연은 41차례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이봉주를 롤모델로 결의를 다지고 있다. 그런 후배에게 이봉주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사력을 다하는 투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세 가지만 갖고 뛰라”며 묵직한 격려를 전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