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16 18:37:48
기사수정 2018-08-16 22:44:20
실종 아동 골든타임 살린 78세 日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씨, 기적적 구조 / 283㎞ 달려가 수색 끝에 찾아 / “인간의 아픔 아는 어른이 되길”
“학력(學歷)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지만 남은 인생은 사회에 진 신세를 갚으면서 살겠다는 심정으로 자원봉사를 해왔습니다.”
길 잃은 2세 어린이를 구한 78세의 오바타 하루오(小?春夫)씨가 기쁨의 눈물을 훔쳤다. 일본에서 행방불명된 어린이를 수색하는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200㎞ 넘는 거리를 차를 끌고 달려와 결국 찾아낸 칠순 할아버지가 영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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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 68시간 만에 2세 어린이를 구한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씨가 16일 일본 야마구치현 스오오시마 현장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야마구치=교도연합뉴스 |
16일 일본 매체에 따르면 오봉절 연휴를 맞아 야마구치현 스오오시마에 귀성했던 후지모토 요시키(藤本理稀)군은 12일 오전 10시30분쯤 할아버지(66), 형(3)과 함께 바다를 구경한 뒤 혼자서 증조할아버지 집으로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경찰관 등 550여명이 동원돼 수색 작업을 벌였지만 행방은 묘연했다. 이런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자 283㎞ 떨어진 오이타현 히지마치에 사는 오바타씨가 차를 운전해 14일 오후 현지에 도착했다. 15일 오전 6시부터 산속으로 수색에 들어가 30분 만에 골짜기 냇가에 움츠리고 앉아있는 요시키군을 찾아냈다. 조난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골든타임(72시간)에 육박하는 행방불명 68시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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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에서 길을 잃은 2세 어린이를 수색에 나서 구조한 78세의 오바타 하루오씨가 구조 당시를 회상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은 오바타씨가 구조한 후지모토 요시키군. TV아사히 제공 |
일본 사회는 어린 생명의 무사 귀환에 안도하면서 칠순 노인의 헌신에 크게 감동하고 있다. 오바타씨는 65세 되던 해에 그동안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며 영업하던 생선가게 문을 닫고 자원봉사 삶에 나섰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도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2016년 오이타에서 행방불명된 2세 어린이를 수색해 찾은 경험은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
오바타씨는 “귀중한 생명을 구해서 기쁘다. 생명은 소중한 것 아닌가”라며 눈물을 흘렸다. 방송 리포터가 ‘요시키군을 다시 만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자 단호히 “아니다”고 했다. “요시키군이 인간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그러면 그만이다”고 말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