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20 06:00:00
기사수정 2018-08-20 07: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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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여자농구 3대3 국가대표 최규희. 최형창 기자 |
여자프로농구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까지 지명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보통 구단에 따라 필요한 선수 1∼2명만 뽑는다. 아주 많아야 3명까지 지명한다. 그런데 2015년 10월 27일 여자프로농구연맹(WKBL) 드래프트는 조금 특별했다. 4라운드에서 다른 구단들은 지명권 행사를 포기했는데 아산 우리은행(당시 춘천 우리은행)만 유일하게 선수를 호명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무대에 나와 “선일여고 최규희”를 불렀다. 당시 위 감독은 “처음부터 4명 뽑을 생각이었다”며 “(최규희에 대해)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기록도 좋다”고 평가했다.
프로의 세계는 1, 2라운드에 뽑혀도 살아남기 힘든 정글이다. 당시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로 지명된 엄다영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3, 4라운드에 불린 선수들은 보통 1∼2년 뛰다가 스스로 포기하고 코트를 떠난다. 살아남은 선수가 희박해 그들 앞에 ‘신화’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남자 농구에서 대표적인 스타가 인천 전자랜드 정병국이다. 3라운드에 뽑힌 정병국은 12년째 프로에서 뛰고 있어서 ‘3라운드 신화’라는 별명이 붙었다.
세 시즌을 지나 네 시즌을 향해 가고 있는 최규희(21)에게 이제 ‘4라운드 신화’라는 별명을 붙여줘야 할지도 모른다. 최규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3대3(3X3) 경기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흔히 길거리농구로 유명한 3대3 농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선보인다. 5명이 뛰는 일반적인 농구 경기와 달리 3명이 출전에 반코트만 쓴다. 이번 3대3 대표팀에는 최규희뿐 아니라 김진희(우리은행), 박지은(청주 KB국민은행), 김진영(KB국민은행)이 팀을 이뤄 나선다. 남북 단일팀으로 뛰는 5대5팀 보다 선수 구성 측면에서 무게는 다소 떨어지지만 메달 획득을 향한 의지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최규희는 우리은행에서 세 시즌을 뛰었지만 첫해에는 1군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두번째 시즌인 2016∼2017시즌에 7경기, 지난시즌에도 3경기를 누빈 게 전부다. 최규희는 10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혹독한 것으로 정평이 난 우리은행 훈련을 견뎠다. 그랬더니 기회는 조금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청소년기에도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보지 못한 그가 이번 기회에 김화순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농구장에서 만난 최규희는 “위 감독님께서 늘 하시는 말이 있다. 매순간 열심히해야 언젠가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때 잡을 수 있다. 제가 4라운드로 왔지만 감독님 말씀처럼 정말 매순간 열심히했다”며 “그래서 밖에서 기회를 주셨고 운도 따라서 이렇게 국가대표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잠시 국가대표 훈련장인 진천선수촌에도 입촌했다. 국가대표가 됐다는 실감이 난 첫 순간이었다. 최규희는 “유명한 선수를 실제로 옆에서 보니 신기했다”며 “나도 국가대표가 된 거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5대5 여자농구 대표팀은 어느 때보다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로숙영 등 북측 선수 3명이 합류해 남북한 단일팀을 이뤄 아시아 다른 국가와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신생 종목인 3대3 대표팀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고 있다. 최규희는 “3대3 농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가서 잘해야 3대3 농구 붐을 일으킬 수 있다”며 “출전하는 모든 팀은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라고 당당히 포부를 드러냈다.
경험이 부족한 최규희에 대해 아직 평가하기는 이르다. 박혜진, 이은혜 등 걸출한 선배에 가려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자농구 1강 우리은행에서 살아남은 선수인 점을 감안하면 최규희의 끈기와 근성은 자타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위 감독은 19일 통화에서 “아직 가드로서의 역할은 부족한 편인데 꾸준하고 착실한 선수인 건 분명하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큰 경험을 하고 좀 더 다듬으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최규희를 비롯한 남녀 3대3 농구 대표팀은 19일 대회 현장인 자카르타를 향해 떠났다. 이들은 8월 한 달간 5대5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원 속에 훈련했다. 여자농구 3대3 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10분(한국시간)시리아와 첫 경기를 치른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