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 나누며] “도박 중독은 질병… 전문센터 찾아 도움 받아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 원장 / 한국 도박중독 유병률 5.1%달해 / 프랑스·미국 등 비해 매우 높아 / 청소년 중독 실태도 심각한 수준 / 단순 개인의 일탈 아닌 ‘병’ 인식 / 가족·지인 중 고통받는 이 있다면 / 치유·재활교육 받도록 도와줘야
 “도박 중독은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닌 질병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이라고 봐야 합니다. 질병이 예방이 최상이듯이 우연과 확률에 기댄 도박은 하지 않는 게 돈을 버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65) 원장은 20일 개원 5주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시종 ‘도박=질병’임을 강조했다. 2013년 날로 심각해지는 도박문제의 예방·치유·재활을 전담하는 문화체육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출범한 관리센터가 28일로 5주년을 맞는다. 전국에 14개 지역센터를 두고 20여개의 지역 민간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해 도박 중독과의 전쟁을 벌이는 최일선 기관이다.

황 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고위 공직자로 퇴직한 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카지노업관광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원장에 취임했다. 그간 ‘도박의 사회학’, ‘사행 산업론’, ‘그대가 모르는 도박 이야기’를 저술한 도박 중독 전문가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황현탁 원장은 20일 인터뷰에서 “도박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시간과 돈의 한계를 넘어 반복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각종 부작용을 낳는다”며 무엇보다 도박을 이제 단순한 개인적 일탈이 아니라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질병으로 인식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상배 선임기자
황 원장은 “도박은 영화나 소설에선 삶의 즐거움을 주는 오락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현실에선 인생을 파멸시킬 수 있는 악마일 때가 대부분”이라며 도박 중독 실태로 말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도박 중독 유병률은 5.1%입니다. 이는 영국 7.2%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1.3%, 호주 3.5%, 미국 3.2%, 캐나다 3.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도박 중독자가 많은 데다 도박 중독의 위험성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모두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황 원장은 특히 인터넷·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도박이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2015년 도박중독관리센터에서 중1~고2 학생 1만4000명을 상대로 도박 중독 실태를 조사한 결과 5.1%가 도박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빠져드는 것은 스포츠 관련 도박이 많아요. 그런데 예전처럼 특정 공간에 모여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PC로 혼자 즐기기 때문에 찾아내기도 어렵습니다. 스포츠를 ‘즐기는 것’과 ‘도박으로 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해요.”

그런 점에서 도박중독관리센터의 주된 관심사는 청소년 도박 중독에 관한 예방교육 의무화다. “현재 서울시와 경남, 전북, 대전 동구 등 일부 지자체에선 이런 현실을 고려한 조례를 제정해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하고 있어요. 최근 바른미래당 최도자 의원이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포함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인 만큼 5주년을 맞아 도박 중독 의무교육을 관철하는 데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황 원장은 도박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1977년 지나친 도박을, 1990년 병적 도박을 국제질병분류기준(ICD)상 질병에 포함했고, 미국 정신의학회도 도박 중독을 1980년 충동조절장애로, 2013년에는 도박장애라는 명칭으로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도박관리센터는 도박 중독자와의 상담을 통해 왜곡된 인지변화, 도박충동 다루기, 재정관리, 스트레스 관리, 재발 방지 등을 통해 도박 중독자의 재활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1990년대 걸그룹 출신 연예인이 도박 자금 수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피소된 사례를 들며, 도박 중독의 위험에는 누구든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 중 크고 작은 도박 중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볼 수 있잖아요. 연예인 스포츠인 도박사건도 잊을 만하면 나옵니다. 역사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나 프랑의 주목받던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검은 고양이’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에드거 앨런 포 등은 대표적인 도박 중독자였어요.” 
황 원장은 주변에서 누군가가 아픈 사람이 있으면 좋은 병원이나 의사를 소개하듯이 도박 중독이란 생각이 들면 센터를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 센터(www.kcgp.or.kr) 홈페이지에서 도박중독 자가진단표(CPGI)로 스스로 상태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모르는 이들도 많은데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헬프라인(1336번)에 전화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