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20 19:53:05
기사수정 2018-08-20 22:06:19
美 언론인 팀 셔록 기증문서 분석 / 신군부, 군사행동 정당성 노려 날조 / 美, 거짓 알면서도 관망 자세 취해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가 군중들이 인민재판을 하고 북한 간첩이 침투했다는 거짓 정보를 만들고 미국에 흘리는 등 계엄령 확대 시국을 만들기 위해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은 미국 언론인 팀 셔록(67·사진)이 미국 정부로부터 입수해 광주시에 기증한 5·18 관련 문서 3530쪽의 분석 작업을 마쳤다고 20일 밝혔다.
5·18기록관에 따르면 전두환 신군부는 당시 ‘광주사태’를 최대한 위기상황으로 몰아가 미국이 자신들을 인정하는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신군부는 광주항쟁을 공산주의 투쟁방식으로 몰아가는 데 초점을 두고 왜곡·조작했다. 당시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에서 작성한 5월25일 2급 문서에는 ‘과격파가 실권을 장악하고 인민재판부가 설치돼 몇몇이 처형됐다’는 상황보고가 있다. 이는 ‘광주사태’를 이대로 두면 한국 정부가 전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미국에 주려고 흘린 거짓 정보였다.
또 당시 무장폭도 2000여명이 장기항쟁을 위해 무등산으로 도피, 은거하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미국에 흘렸다. 무장폭도라는 거짓 정보는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 유혈진압을 정당화하고자 꾸며낸 것으로 5·18기록관은 분석했다.
신군부는 1980년 5월24일 간첩 이창룡이 삼엄한 경비로 광주침투에 실패한 뒤 상경해 서울역에서 체포된 사건과 다음날 전남도청에서 발생한 독침 사건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2007년 국방부 과거사조사위에서 “5·18과 관련 없는 사건”으로 드러났다. 신군부가 간첩 사건을 억지로 5·18과 연결한 것이다.
미국은 이런 전두환 신군부의 거짓 정보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미국은 12·12쿠데타 이후 전두환을 실권자로 인정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면 지도자로 인정할 뜻을 보여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나의갑 5·18기록관장은 “미 대사관 측이 전두환을 무너뜨리는 역쿠데타를 생각하는 군부의 소장파와 접촉했으나 실패할 경우 미국에 불똥이 뛸 것을 우려해 중단했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