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22 08:00:00
기사수정 2018-08-23 14:25:58
재소자가 머무는 교도소 ‘수용동’의 에어컨 설치 계획은 없다는 법무부 답변에 교도관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근무자 위한 에어컨 설치라는 법무부 설명을 대다수가 거짓이라 생각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법무부 공식 답변과 180도 다른 말들이 쏟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A씨는 21일 세계일보에 “교도관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환자를 위한 의료동 ‘주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한다는 법무부의 답변을 거짓말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가 나오고 일이 커지자 본부가 직원을 위한 에어컨 설치라는 발뺌을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21일 ‘[단독] '교도소 에어컨 설치' 논란 마침표…"수용실 설치 계획 無"’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수용동 에어컨 설치는 사실이 아니며, 근무자를 위해 의료동 주복도에 설치할 예정이라는 법무부의 답변을 기사화한 바 있다.
교도관들은 전용 커뮤니티에서 △“애초 수용동 설치 예정 아니었나요? 어째 이제 직원을 파나요? 국민들의 법 감정이 무섭긴 무섭죠. 감사합니다. 여름 끝나는데 에어컨 설치해주고요.” △“미리 직원들을 위해 복도에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했으면 이런 논쟁이 없었을 텐데. 이제 와서 이런 식으로 인터뷰한 것에 직원들은 실망한 겁니다.” △“답변이 궁색하다. 언제부터 직원들을 그렇게 생각했는가요.” 등의 주장을 제기했다.
A씨는 게시물의 실재(實在)를 증명하고자 화면이 담긴 사진 여러 장을 기자에게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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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이 있는 수용동에 에어컨 설치 계획은 없다는 법무부 답변에 교도관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들은 “어째서 직원들을 파느냐”며 “언제부터 직원들을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거세게 되물었다. 사진은 교도관 전용 커뮤니티 화면. A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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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이 있는 수용동에 에어컨 설치 계획은 없다는 법무부 답변에 교도관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들은 “어째서 직원들을 파느냐”며 “언제부터 직원들을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거세게 되물었다. 사진은 교도관 전용 커뮤니티 화면. A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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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소자들이 있는 수용동에 에어컨 설치 계획은 없다는 법무부 답변에 교도관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이들은 “어째서 직원들을 파느냐”며 “언제부터 직원들을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거세게 되물었다. 사진은 교도관 전용 커뮤니티 화면. A씨 제공. |
특히 한 교도관은 에어컨 온도를 낮춰달라는 말을 재소자들에게 들으면 직원을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강조하겠다면서, ‘권리침해’가 아니니 진정서 제출을 생각하지 말라는 말까지 재소자들에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교도소 의료동 근무자들에게 “기사 코팅해서 담당실에 붙여놓으시라”며 “저것(법무부 답변)도 본부의 지시공문에 갈음하면 돼요. 정식답변이니깐”이라고 덧붙였다.
에어컨 설치를 최초 생각한 ‘누군가’를 꼬집은 교도관도 있었다. 그는 “본부에서 그(에어컨 설치) 결정을 한 사람은 근본적인 교정 철학에 문제가 있다”며 “재소자 죽는 거 무서워서 에어컨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교정 수뇌부에 있다면 내려오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교도관들의 생각이 일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교도관은 수용동 에어컨 설치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트집 잡는 일’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이에 또 다른 교도관은 “아직도 본부를 옹호하는 무리가 있다”며 “본부는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
한편 폭염 속 교도소 수용실을 다룬 한 매체의 최근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교도소 에어컨 설치를 철회해 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가 일반인으로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으며, 글 내용을 보면 교도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일 것 같다는 추측도 나왔다. 해당 글은 21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서명인원이 5만3000명을 조금 넘겼다.
법무부는 20일 세계일보에 보내온 답변에서 “수용동, 수용실 에어컨 설치 계획은 없다”며 “근무지 냉방을 수용실 냉방으로 오인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를 수용한 의료동 ‘주복도’ 에어컨 설치 관련 예산 배정은 사실이며, 환자들이 있는 곳으로의 직접 냉방 계획은 없으나 근무지 냉방에 따라 간접혜택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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