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26 20:48:29
기사수정 2018-08-26 22:57:38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 독점 깨고 전속고발권 내려놔 / 검찰도 수사… 소비자 편익 증대 /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에 악용” / 공익법인 계열사 의결권 제한 / 경총 “공정성 담보 어렵게 할 수도” / 中企들은 “건의 과제 반영” 환영 / 민감사안 많아 국회 통과 미지수
38년 만의 전속고발제 폐지는 곧 공정거래위원회 권한의 분산을 의미한다.
공정위가 26일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발효되면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를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가 소관 법률 위반 사건 고발을 독점하다 보니 공정위 처분이 잘못됐을 경우 이를 바로잡을 수단이 없어 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전속고발제 폐지로 소비자 편익이 커지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업에 대한 고발이 늘어나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리니언시(담합 참여자가 자진해서 공정위에 신고하면 그 순서에 따라 행정·형사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 정보를 검찰과 공유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향후 제도 운용 과정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다. 담합 기업들이 리니언시 제도를 불신하게 되면 자진신고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규정은 공정거래법에 공익법인 별도 규제가 없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나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공익법인이 보유한 주식의 4분의 3은 대기업 계열사의 주식이고, 그 가운데 절반은 총수 2세도 지분을 함께 보유한 ‘총수 2세 회사’였다. 다만 상장 계열사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해 15%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시행 2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이후 3년 동안 매년 5%포인트씩 15%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개정안은 또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기준을 현행 총수일가 지분 상장회사 30% 이상·비상장회사 20% 이상에서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로써 규제 대상기업은 231개에서 607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개정안에는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벤처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재계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벤처캐피털을 설립 투자하는 제도) 설립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CVC가 금산분리 원칙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대신 기존 지주회사가 벤처지주회사를 쉽게 설립할 수 있도록 인수하는 벤처기업 자산요건을 기존 5000억원에서 300억원까지 대폭 낮춰주기로 했다. 기업의 벤처기업 인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검찰이 직접 담합 조사에 나서는 전속고발권 폐지 등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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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중대담합 행위의 경우 공정위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합의안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남정탁 기자 |
재계에서는 이번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으로 기업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유정주 기업혁신팀장은 이날 “일부 규제 완화 내용이 포함돼 있고 공정거래법 전면개편특별위원회의 의견에서 일부 물러선 부분도 보인다”면서도 “대기업집단 규제와 관련해서는 핵심적인 부분이 다 유지돼 기업에 부담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가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의 판단은 경제 영역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전문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며 “일률적인 전속고발권 폐지는 위반행위를 다툴 때 공정성과 신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이번 개정안에 중소기업계 건의과제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중소기업과 공정한 경쟁 기회를 저해하는 불공정 집합체로 규제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김선영·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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