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8-27 23:54:54
기사수정 2018-08-27 23:54:52
국토교통부가 급등하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어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수도권에 14개 이상의 신규 공공택지가 추가로 조성되고, 서울 동작·동대문·종로·중구 등 4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경기도 광명·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각각 지정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투기 수요 억제와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춰온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전향적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지난해 ‘8·2 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이후 한두 달에 한 번꼴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약발이 받지 않았다. 서울 집값은 오히려 더 빠르게 상승했다. 8·2 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아파트 값은 평균 6.2%나 올랐다. 수요를 억누르기만 해서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점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을 틀어막으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시장 수급 원리를 무시한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뿐이다. 시장 왜곡을 바로잡을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병증에 대한 진단이 잘못되면 올바른 처방을 내릴 수 없다. 부동산정책도 마찬가지다.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을 외면하면서 ‘투기와의 전쟁’에 초점을 맞춘다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수요를 억제하는 것만으로는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공급 확대를 통해 보완에 나서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하지만 늦은 감이 있다.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에는 택지 지정과 조성, 건설, 입주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서울과 지방 간 심화하는 부동산시장 양극화 문제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아쉽다.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비강남과 지방의 주거·생활 인프라 고급화 청사진도 필요하다. 정부는 보다 정교하고 장기적인 주택 공급 및 기반시설 구축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