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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스틱 고리를 없앤 칼스버그 맥주 묶음. 출처=칼스버스 홈페이지 |
지난 6일 CNN은 흥미로운 뉴스를 보도했다. 덴마크의 세계적 맥주 브랜드 칼스버그(Carlsberg)가 캔 묶음에서 플라스틱 고리를 없앴다는 내용이다. 보통 칼스버그는 6개들이 맥주캔을 한 묶음으로 판매했고, 이 묶음을 들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연결고리가 필수였다. 그러나 최근 칼스버그가 개발한 신기술 접착 방법 ‘스냅 팩’(Snap Pack)은 플라스틱 연결고리를 대신하여 맥주를 고정해준다. 회사 측은 무엇보다 이 방법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 획기적으로 줄 것이라고 발표했다. 비닐봉지 약 6000만개에 해당되는 연간 1200t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전 세계에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이스 하르트 칼스버그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성명에서 “지속 가능성이라는 야심 찬 의제를 성공시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노력해 왔고, 우리 소비자도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경험을 하길 고대해 왔다”고 스냅 팩 도입 배경을 밝혔다.
이처럼 최근 산업계의 화두는 단연 ‘플라스틱 줄이기’이다. 이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커피 전문점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컵 등을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출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플라스틱과 비닐 봉지 등 석유가공 제품들은 대표적인 지구 온난화 주범 중 하나이다. 온난화뿐 아니라 지구 전체 환경에도 매우 막대한 폐해를 끼친다. 지난해 10월 유엔환경계획(UNEP)은 석유로 만들어진 화학 쓰레기와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조사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모이는 곳은 아시아·태평양이며, 해양뿐 아니라 바다를 둘러싼 연안 국가들의 환경 오염도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에서만 날마다 100만t 이상의 화학 쓰레기와 플라스틱 오염물질이 쏟아지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오염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소속 국가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약 13억(한화 1조4200억원)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폐플라스틱의 72.4%를 수입하던 중국이 지난 1월부터 일부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단계적으로 내년 말에는 완전히 중단한다고 한다. 당장 중국으로 향하던 전 세계 플라스틱과 폐기물이 동남아시아 연안 국가들로 쏟아지고 있다. 태국은 올해 들어서만 21만2000t의 폐기물을 수입했고, 베트남도 27만7000t을 들여왔다. 말레이시아 역시 사정이 비슷했다.
중국과 태국, 베트남 등에 폐플라스틱을 보내는 주요 국가는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후자 그룹에 한국도 속해 있다.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비닐 봉지 사용량이 약 420개에 이르고, 서울에서만 연간 216만장의 1회용 비닐이 소비되는 대표적인 ‘플라스틱·비닐 소비 국가’다.
석유가공 제품인 폴리에스테르(polyester·사진)는 소멸하려면 수십년 이상 걸리는데, 섬유 소재로 쓰인다.
더 큰 문제는 폴리에스테르가 현재 지구상 모든 의류의 약 6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이용하는 대표적 산업이 패스트 패션(최신 트렌드를 즉각 반영해 빠르게 제작하고 유통시키는 의류)인데, 이 산업이 환경에 주는 영향은 강과 바다를 오염시키는 원료 제작부터 탄소 배출까지 막대하다. 폴리에스테르는 면화의 생산에 비해 3배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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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농가에서 방목 중인 육우들 |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악영향은 비단 석유가공 제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공장식 축산업 또한 지구 온난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육류 공급을 위해 사육되는 가축은 지구 전체 육지 면적 중 약 4분의 1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축 방목에 사용되는 토지는 지구 표면의 약 26%에 달한다. 2009년에는 한해 동안 도축 된 가축의 수가 전년 세계 인구의 10배가 넘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가축이 사육되고, 도축 되는지 알 수 있는 통계다. 환경운동 단체 그린피스(Greenpeace)는 초대형 농축산업이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2050년에는 온실 가스 배출량의 52%를 차지할 것이며 그 중 70%가 가축으로 인한 것일 거라고 전망했다.
현재 지구에서 배출되는 온실 가스 중 양 기준으로 축산업은 약 14%에 이르고, 이는 전 세계 모든 자동차와 비행기, 기차 및 배 등 운송수단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뿐 아니라 축산업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단백질 1g을 기준으로 렌틸콩 농업보다 소 사육은 6배나 많은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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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고 있는 빙하 사이를 건너는 북금곰 부녀. |
문제는 지구 전체의 식수와 음용수의 양이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IPCC)은 2014년 발표한 5차 보고서에서 금세기 말 북극 해빙의 면적이 1970년대 후반 대비 최대 94%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과학자들도 최근 그린란드 북부의 빙하가 녹기 시작했으며, 2030년에는 북극 빙하가 90% 이상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극해의 빙하들이 빠르게 녹으면 인간이 거주하는 육지 면적과 식수로 사용하는 담수의 범위가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육지 면적이 줄어들면 식수 부족뿐 아니라 농업용지까지 당연히 줄어들 것이다. 식량 가격이 상승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는 저출산에 시달리지만, 지구촌 중 인구가 집중되어 있는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구 온난화 여파로 이들 지역의 개발도상국이 식량난에 시달리면서 나타날 정치적 불안은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플라스틱부터 축산업, 패스트 패션 산업의 폐해와 북극 빙하가 녹는 일, 식수 부족, 개도국의 식량 부족, 인구 증가 등 지구촌 문제 어느 것 하나도 환경과 연결되지 않는 게 없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막대한 환경 비용을 과연 누가 내게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유엔과 선진국에서 쓰이는 ‘환경 비용’(environmental expense)을 파괴된 환경에 대한 복구 비용을 일컫는다. 굉장한 비용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은 ‘환경개선비용 부담법’을 시행하여, 선 과세를 하고 있다. 자동차를 살 때 미리 환경세를 포함하여 세금을 내는 식이다. 과세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비용을 낸다는 점과 이 비용이 환경 복구에 쓰일지 의문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유엔 환경금융 이니셔티브(UN Environment Finance Initiative)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를 막을 목표인 유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해마다 5조~7조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 우리 돈으로 약 600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다. 환경 비용은 그 누구도 쉽게 감당할 수 없다. 인류가 이를 깊게 인식하기도 전에 지구의 모든 환경이 파괴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시점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한국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한국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자문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