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여성은 죄책감과 분노, 조급함, 무가치함, 서러움 등의 정서적 고통과 상실감으로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 결과분석 및 평가' 보고서(황나미 연구원 외)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2010년 이후 해마다 난임 진단을 받는 여성은 20만명 이상에 달한다.
2015년 체외수정 시술 경험 여성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86.7%가 정신적 고통과 고립감•우울감을 경험하는 등 심각한 수준이었다.
자살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경우도 26.7%에 이르렀다.
대한정신건강센터의 '2015년 산후우울증 용역연구' 보고서를 보면, 산후우울증은 산모의 10∼20%가 겪을 수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영아 살해 후 자살 같은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사회적 인식과 지원도 미비한 실정이다.
◆남성 우울증, 임신 성공률 ↓
남성 우울증이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의 에스터 아이젠버그 박사 연구팀은 난임 부부 중 남편이 우울증이 있으면 임신 성공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난임 부부 1600여 쌍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아이젠버그 박사는 말했다.
남편이 우울증이 있는 난임 여성은 남편이 우울증이 없는 난임 여성보다 임신 성공률이 6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이 우울증이 있는 여성은 임신 성공률이 9%, 남편이 우울증이 없는 여성은 25%였다.
그러나 아내의 우울증은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난임 부부 중 남편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는 2%, 아내가 우울증을 겪는 경우는 6%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배우자 우울증이 임신 성공률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우울증으로 인한 △성욕 감퇴 △발기부전 △사정 지연 △섹스 빈도 감소 △정자 질 부정적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고 아이젠버그 박사는 설명했다.
우울증이 있는 남성은 정상적인 정자의 수가 적고 정자의 운동성(motility)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의료기관별 난임부부 임신성공률 '비공개'…알권리 침해 소지
난임부부들이 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임신성공률이 비공개 정보로 분류된다. 임신성공률이 임신 가능성을 보여주는 절대적 지표가 아니고, 의료기관이 고령 산모를 기피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10~12월 367개 모든 난임시술 지정기관에서 이뤄진 난임시술 진료 내역을 제출받아 현재 시범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당국은 이번 평가에서 의료기관별 난임시술 의사 수, 배아생성 전담인력, 시설장비 구비 여부 등을 확인한다.
시범평가 결과는 내년 초 공개되는데, 당국은 평가 결과를 의료기관별로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의료기관별 임신성공률도 발표하지 않는다.
이번 시범평가는 내년 진행하는 난임시술 의료기관 종합평가의 평가기준과 지표를 확정하기 위한 준비단계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의료기관별 임신성공률을 공개하면 의료기관이 임신 가능성이 낮은 절박한 부부의 난임시술을 거부할 수 있고, 환자 쏠림현상도 우려된다"며 "임신성공률이 시술 건수, 환자와 의료기관 시술 특징 등을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난임부부들 사이에서 알권리 침해 등 벌써부터 각종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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