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 강남에 살 이유 없다”는 장하성 발언에 왜 분노하나

[스토리 왜] “국민 가슴에 못” “금수저의 좌파적 발상” 등 지적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연합뉴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고 한 이른바 ‘강남 발언’이 정치권을 넘어 사회적으로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은 장 실장의 사퇴까지 압박하고 나섰고, 누리꾼들도 “모든 국민이 꿈꿀 이유는 없다. 내가 꿈을 꿔봐서 말씀드리는 것” “모든 사람이 소고기를 먹을 필요는 없다. 내가 먹어봐서 드리는 말씀” 등의 웃지 못할 패러디까지 만들며 실망감을 넘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왜 국민들은 장 실장의 강남 발언에 실망하고 분노할까.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경제 정책 설계자의 발언에 국민들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국민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분석한다.

장 실장은 지난 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며 “저도 강남에 살기에 드리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 마음 피눈물…대책이 먼저”

장 실장의 발언은 나날이 오르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박탈감과 희망 상실로 절망하는 국민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10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에서 책임을 지고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발언은 국민들한테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장 실장의 발언에) 국민들의 반응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그러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발언에 국민들의 마음에 피눈물이 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무엇을 아파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국민들이 강남에 못 살아서 힘들어하고 강남 집값이 뛰니까 부러워한다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사진=뉴시스

그는 “더 나아가 강남에 살고 있는 장 실장은 그런 말 할 자격도 없다”며 “자신은 강남에 살고 일반 국민들은 지방에 살라는 말밖에 안 된다. 강남에 살 필요가 없게끔 만들어야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이것은 실수가 아니다. 현장 경제를 모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진정한 마음”이라며 “일반 국민의 고통, 불만, 원망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모르고 일상적인 언어로 말을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부동산 가격안정 확고한 의지 보였어야”

이강윤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장 실장의 해당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보면 과도한 비판이거나 일부 오해를 하는 점은 있다”면서도 “본인이 강남권에 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신의 논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든 예로는 조금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자기는 강남에 살고 있으면서 국민 모두가 살 필요 없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며 “투기적 수요를 잡고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자는 게 시중의 여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동산 가격 안정정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지역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실장은 지난해 재산 신고액이 100억원에 가까웠고 1년 사이 7억원이 오른 서울 송파구 소재의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사실까지 더해져 반발이 커진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발언 영향력 큰데 매우 부주의한 발언”

장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리드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의 발언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다소 부주의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장 실장은 소득주도성장론의 설계자이기도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면서 사실상 경제 컨트롤타워로 알려져 있어 장 실장의 발언에 온 국민이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말을 주의해서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말을 아껴야 한다”며 “최근 부동산 시장 관련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데 청와대, 특히나 참모진들이 그런 발언 논란의 진원지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경제가 아니라 민생경제가 어렵다. 수출 기업들은 여전히 실적이 좋다”며 “결국 민생경제가 어려운 것은 확실한 정책 오류다. 그렇다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자중하고 주의해서 발언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장하성 “모든 국민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 없다”

장 실장은 앞서 지난 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서울 부동산 급등과 관련해 “모든 국민이 강남에 가서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다”며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권에서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는 “부동산 투기가 생길 경우 분명히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면서도 “일괄적으로 세금을 높여야 한다고 해선 안 된다. 적정한 수준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이어 ‘부동산 정책에 정부가 개입해도 결국은 시장이 이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정부가 아무리 개입해도 시장이 이긴다는 말이 있지만 거주를 위한, 국민들의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이길 수 없다”고 언급했다.

◆정치권 맹비난 “금수저의 좌파적 발상”...거취 압박도

자유한국당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장 실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강남 아니면 다른 데 살면 안 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연합뉴스
같은 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강남과 비(非)강남을 의도적으로 편 가르는 금수저의 좌파적 발상”이라며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될 것 아니냐’는, 철없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같은 소리는 그만하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10일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장 실장의 발언들을 소개하며 “지금 우리나라의 핵심적인 경제 현안 2개를 꼽으라면 최저임금 인상과 부동산 대책이다. 청와대 정책의 수장의 이런 어이없는 유체이탈식 발언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 매우 부적절했다”며 “장 실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압박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뉴시스

같은 당 하태경 최고위원도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실장의 발언은) ‘모든 사람이 부자일 필요 없다. 내가 부자라 하는 말씀’이라는 뜻”이라며 “장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깎아먹는 일등공신”이라고 꼬집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