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9-12 03:00:00
기사수정 2018-09-11 21:20:05
국내 1위 배달앱 서비스 ‘우아한형제들’/‘배민’ 월 790만명 방문·업소 20만개/ 출범 8년 만에 거래액 연 3조원 처리/
주 4.5일제에 ‘워라밸’… 실적도 쑥쑥/ 2017년 매출 1626억… 전년보다 91%↑/ 위트 있는 광고로 젊은층 취향 저격
국내 1위 배달앱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요즘 혁신성장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2010년 6월 출범한 배달의민족은 앱 누적 다운로드 3600만건, 월간 순방문자 수 790만명, 전국 등록 업소 수 20만여개, 거래액 기준 연간 약 3조원의 배달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닐슨코리안클릭이 주요 배달앱 대상 ‘PC-모바일 통합 월간 순방문자수’ 집계를 시작한 2012년 10월 이래 지금까지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식 배달서비스 ‘배민라이더스’, 모바일 반찬가게 ‘배민찬’도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스스로 ‘푸드테크(food-tech)’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회사 김봉진(42) 대표는 지난 6월 정부와 기업을 연결하는 ‘혁신성장 옴부즈만’에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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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 사옥은 소통과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 육상경기장처럼 꾸몄다. |
◆1020세대 감성 마케팅 ‘대박’
김 대표의 이름이 낯선 이들도 배달의민족 광고를 떠올리면 무릎을 친다. 영화배우 류승룡을 모델로 내걸고 ‘우리가 무슨 민족입니까?’, ‘오늘 먹을 치킨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처럼 위트 있는 문구로 광고해 인지도를 넓혔고, 기업 브랜드는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었다.
배달의민족 신춘문예라는 이색 이벤트를 열어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라는 히트작을 냈다. 배달의민족 서체(배민체)를 디자인하기도 했고, ‘헐’ 티셔츠 등 재치있는 문구가 적힌 상품을 파는 ‘배민 문방구’도 운영하고 있다.
치킨의 맛과 향을 감별하는 ‘치믈리에’ 시험도 화제다. 지난해 500명이 참가해 118명이 통과했다. 미슐랭 가이드를 패러디한 ‘치슐랭 가이드’도 만들고 있다. B급 감성과 톡톡 튀는 키치(저급한 예술작품)문화가 청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최근 우아한형제들은 ‘배민데이빗’ 프로젝트를 통해 인공지능(AI) 음성 주문, 자율주행 음식배달 로봇 등 최신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에 올라오는 음식과 상관없는 악성 후기를 걸러내는 데 구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성호경 홍보팀장은 ““배민데이빗은 음성인식, 자율주행 배달로봇 등 미래 배달 기술을 실험하고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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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는 빈백 소파를 둬 밖을 보며 누워 일할 수 있게 배려했다. |
◆사옥은 소통·혁신의 공간
우아한형제들의 사무실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8호선 몽촌토성역에서 내리면 코앞이다. 디자이너 출신인 김 대표가 올림픽공원에서 착안해 스포츠에서 혁신을 이뤄낸 인물을 내부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다. 육상 단거리에서 최초로 ‘크라우칭 스타트’를 선보인 토머스 버크, ‘하얀 스케이트’로 유명한 피겨 스타 소냐 헤니 등 스포츠 혁신가를 각층의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다.
공간 배치는 소통과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다. 사무실 책상에 있는 칸막이는 없애고, 대신 자리마다 스툴 의자를 놨다. 창가에는 빈백 소파를 둬 밖을 보며 누워 일할 수 있게 배려했다. 회의실은 시골 펜션이나 강의실, 연극 공연장 스타일로 다양하게 만들어놨다. 층마다 카페처럼 꾸민 탕비실을 중앙에 배치해 직원들의 소통 창구로 삼았다. 조용히 업무에 몰입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통로 공간은 카페, 다락방, 개인 도서관 등으로 활용했다.
건물 곳곳에 ‘차는 영어로 카레’, ‘이런십육기가(USB)’ 등 익살스러운 문구가 즐비했다. 지난 3월에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18 iF 디자인어워드’ 사무공간 부문에서 위너(Winner)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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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에서 회의를 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텐트를 설치한 것도 눈길을 끈다. 우아한 형제들 제공 |
◆스마트한 사내복지 시스템
우아한형제들에는 ‘인사팀’ 말고 ‘피플팀’이 더 있다. 피플팀은 마음을 써서 구성원을 살피고 관심과 애정을 쏟는 엄마 같은 역할을 한다. 구성원 중 누군가가 아프거나 힘들어 보이면 실제로 약을 챙겨 주기도 하고 병원에 데려가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층마다 제비뽑기로 이달의 피플이를 뽑는다. ‘주52시간 노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주 4.5일제’를 운영해왔다. 월요일에는 전 임직원이 오후 1시까지 출근한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은 우려와 달리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연도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보면 2016년 849억원(영업이익 25억원) 2017년 1626억원(영업이익 217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각각 71.4%와 91.6%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1400억원의 투자금도 유치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