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강호 맞서 물러서지 않은 벤투號 … 희망 봤다

칠레와 평가전 0대 0 무승부/칠레, 비달 등 핵심전력 전원 출전/거센 공격·압박으로 벤투호 상대/
태극전사, 손흥민·기성용 등 주축/경기 주도권 안 내주며 투혼 발휘/새로운 한국축구 스타일 보여줘/
벤투 “강팀 상대로 지배하려 노력”
11일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붉은 옷을 입은 11명의 태극전사들이 남미의 강호 칠레와 맞서 치열한 경기를 펼쳤다. 피파랭킹 12위라는 높은 순위를 증명하듯 칠레는 강했다. 2015년, 2016년 코파아메리카를 두 번이나 제패한 선수들이 톱니바퀴가 맞물려 굴러가듯 공격과 수비를 펼쳤고, 한국은 고전을 이어갔다. 그러나 경기 흐름과 달리 수원월드컵 경기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밀리는 경기임에도 새롭게 구축되기 시작한 한국 축구의 ‘스타일’이 배어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막 출항을 한 벤투호가 명확한 방향을 가지고 긴 항해를 시작했다는 것을 4만여명의 관중들이 느낄 수 있었고 이는 경기장의 뜨거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날 한국은 칠레를 상대로 90분간 치열한 경기를 펼쳐 0-0으로 비겼다. 일본 홋카이도 지역 지진 여파로 예정됐던 일본과의 평가전을 치르지 못한 칠레는 이날 체력은 물론 시차까지 완벽하게 적응한 최상 전력으로 경기장에 나섰다. 이번 아시아원정 명단에서 제외된 에이스 알렉시스 산체스(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제외한 아르투로 비달(31·바르셀로나) 등 핵심 전력들도 전원 선발 출전했다. 이에 맞서 한국은 지난 7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사용했던 4-2-3-1 포메이션을 또 한번 들고 나왔다. 손흥민(26·토트넘), 기성용(29·뉴캐슬), 황희찬(22·함부르크) 등 주축선수들도 그대로 내보내 양팀 최상 전력 간의 충돌이 그라운드에서 펼쳐졌다.

벤투 감독
전반은 칠레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상대의 조직적 전방압박 속에 한국의 전진이 막히며 점유율에서 41%-59%로 칠레가 크게 앞섰다. 그러나 벤투호는 점유율에서 밀렸음에도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지는 않았다. 상대의 거센 공격에 맞불을 놓으며 슈팅을 3개나 날리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전반 22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황의조가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는 등 결정적 득점장면도 만들었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주면 자연스럽게 수세적으로 변했던 그동안의 한국축구와 사뭇 다른 모습이 그라운드에 연출됐다.

‘물러서지 않는 축구’는 후반 들어서도 계속됐다. 후반들어 칠레가 공격의 고삐를 죄자 한국도 그대로 맞받아쳤다. 여전히 점유율은 칠레가 높았지만 한국도 몇 번의 결정적 장면을 잡았다. 후반 16분 황희찬이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상대 오른쪽 라인을 완벽하게 무너트린 뒤 크로스를 올렸으나 또 한 번 수비수가 먼저 걷어냈다. 후반 23분 한국은 오른쪽 코너킥 상황서 손흥민이 띄운 공을 장현수가 헤더로 연결했으나 골 포스트 오른쪽을 살짝 벗어났다.

투지 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이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경기 막판 아찔한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장현수의 백패스 실수를 틈 타 칠레의 디에고 발데스가 골키퍼까지 제친 뒤 빈 골문을 향해 슈팅을 날렸지만 공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 슈팅과 동시에 종료 휘슬이 울렸다. 최상 전력으로 나선 강호와의 맞불 대결에서 밀리지 않은채 성공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순간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한국축구는 또 한번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며 미래의 희망을 키웠다. 벤투 감독도 경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경기 후 “우수하고 경험많은 선수가 많은 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면서 “강한 팀을 상대로도 지배하는 경기를 펼치려고 노력했고, 일정 부분 이런 모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수원=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