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9-12 15:09:56
기사수정 2018-09-12 15:09:54
‘철마는 달리고 싶다’ 철도 중단점 팻말에 가로막혀 철마는 더 이상 달릴 수 없다. 경원선의 허리가 잘려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역이 된 백마고지역은 대륙으로 나아가려는 철도의 꿈이 잠시 멈춘 곳이다.
백마고지는 6·25전쟁 당시 가장 치열했던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국군 제9사단이 중공군의 공격을 받아 열흘간 7번이나 고지의 주인이 바뀌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피의 능선이다. 백마고지 전투에서 중공군 1만3000명이 죽었고, 아군 3000명이 희생됐다.
최근 남북한은 비무장지대(DMZ) 공동 유해 발굴의 첫 시범 지역으로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진 철원군 대마리 지역을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벌어진 6·25전쟁 최대 격전지에서 남북한 공동 유해 발굴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실로 격세지감이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이럴 때 사용하는 말인가.
휴전선 비무장지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유일하고 특별한 땅이자 분단의 질곡을 고이 간직한 땅이다. 또한 우리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젠 이곳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14년 8월 16일 개통된 경원선은 용산에서 원산 간 223.7㎞를 운행하며 물류 수송에 기여했으나, 6·25전쟁 이후 운행이 중단됐다. 얼마 남지않은 남북 단절구간만 연결되면 열차를 타고 금강산은 물론 서울에서 최단거리로 TSR(시베리아횡단철도)와 이어져 유럽까지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끊어진 혈맥 경원선의 연결은 지난 4월 남북한 정상 간 판문점선언을 통해 합의한 동해선·경의선 연결과 함께 분단된 국토와 민족을 잇고 철도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는 사업이다.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임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경원선의 복원은 단순한 철도의 연결이라는 의미를 넘어 우리의 통일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고, 한반도 통일시대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길이기도 하다.
하늘은 이어져 있건만 더 이상 철마가 갈 수 없는 지금의 ‘철도 중단점’이 머지않아 원산으로 가는 경유지가 되고, 나아가 광활한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철도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소망해 온 통일의 꿈을 싣고 철마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백마고지에도 드디어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김동석 ·코레일 청량리열차승무사업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