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부실화 가속… '숨은 폭탄'

한은 ‘8월 금융시장 동향’/중소기업 은행권 대출 ‘양’과 ‘질’ 모두 나빠졌다 / 전월보다 5조 늘어… 661조 달해 / 증가폭 11개월 만에 최대치 기록 / 개인사업자 대출만 2조5000억 / 매출 감소·시장금리 상승 영향 / 中企 대출 연체율 갈수록 악화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난 중소기업 대출은 최근 연체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18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중소기업대출은 전월보다 5조원 늘어난 66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9월(5조9000억원) 이후 최고치다. 
법인대출이 7월 1조원 증가에서 8월 2조5000억원 증가로 확대됐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폭은 7월과 같은 2조5000억원이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유치 경쟁과 개인사업자 대출 확대 등에 따른 것이다. 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해 말 631조8000억원이던 것이 올해 들어 29조5000억원 늘었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매달 2조원 이상씩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말 288조8000억원에서 8월 307조1000억원으로 18조3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의 약 60%를 차지하는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17조5000억원)보다도 많다.

가계에 쏠리던 대출이 분산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는 또 다른 걱정거리다. 중소기업 업황이 그리 밝지 않을 뿐 아니라 부채의 질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 자동차 부문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련 중소업체의 생산은 감소 추세다. 미·중 무역전쟁 등 국제 통상마찰이 격화하고,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약화하면 수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

자영업자의 경우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대출 증가가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대출 증가율이 각각 7.1%, 8.1%로, 전체 산업대출 평균(5.9%)을 웃돌고 있다.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이야기다. 자영업자들은 제2금융권 부채도 적지 않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실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기준으로 저축은행, 카드사 등에서 신용대출을 받았거나 5곳이 넘는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고위험대출 보유 자영업자가 14만8000명으로, 전체 고위험 대출 차주의 13%에 달했다.

이미 부실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의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을 보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7월 말 0.58%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0.27%)의 2배가 넘는다. 한은이 집계한 지난 1분기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을 봐도 0.33%로, 지난해 말(0.29%)보다 0.04%포인트 높아졌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최근 ‘2018년 하반기 경제 및 중소기업 전망’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대출 부실률은 수출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 시장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높아질 전망이다”며 “저금리로 버티던 한계기업의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