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8-09-17 18:43:27
기사수정 2018-09-18 00:35:09
미리 보는 2박3일 일정 / 서해 직항로 거쳐 순안공항에 도착 / 공식 환영식·오찬 뒤 첫날 정상회담 / 2일차 회담 속개 후 공동회견 기대 / 마지막 날 ‘제2 도보다리 산책’ 주목 / 환송만찬 등 주최자·장소에도 관심 / 회담 주요 장면 실시간으로 생중계 / 성과 좋을 땐 귀경 길 대국민보고회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 첫날인 18일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속전속결’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두 정상이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판문점에서 만나 신뢰를 구축한 만큼 비핵화 등 의제 논의에 곧바로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둘째 날 오전 속개되는 정상회담 직후 남북 간 합의문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2박3일 방북 일정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8시쯤 청와대 관저를 나와 헬기를 타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한다. 출근시간대인 데다 길이 복잡해 4·27 판문점 회담 때처럼 인근 주민들과 인사하는 과정은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수행원들은 오전 8시40분 서울공항을 출발해 1시간20분쯤 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당시와 마찬가지로 서해 직항로를 거칠 예정이다. 공식 환영식도 공항에서 열린다. 18년 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그랬듯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와 문 대통령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함께 북한군 의장대를 사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찬 뒤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대좌가 이뤄진다. 방북 첫날에는 북한 대외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했던 2000년, 2007년 전례가 깨지는 셈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방북 첫날 백화원초대소로 향하는 차량 안에서 김정일 당시 위원장과 동승해 약 50분간 대화했으나, 본격 회담은 이튿날 진행됐다. 임종석 실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정상회담은 일체의 형식적 절차를 걷어내고 정상 간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데 모든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두 차례 정상회담이 백화원에서 열렸던 것과 달리 이번 회담 장소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남북 정상 간 회담은 이틀째인 19일 오전 속개된다. 청와대는 회담이 원만히 진행되면 이날 오전 회담 종료 직후 합의사항을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 간 ‘담판’이 필요한 한반도 비핵화 사안을 제외한 나머지 의제에 관해서는 이미 실무선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행원들과 평양 시내 주요시설을 둘러볼 계획이다.
방북 첫날 오찬과 환영만찬, 둘째 날 오찬 및 환송만찬 등 네 끼 식사의 주최자와 장소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로서는 19일 오찬이 평양냉면의 ‘성지’ 옥류관에서 열린다는 점만 공개돼 있다. 임 실장은 “환송만찬은 현지 주민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갈 수 있도록 북측에 부탁해 뒀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중국 국빈방문 당시 베이징 시내 허름한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김 위원장과 평양의 서민식당을 찾는다면 그 자체로 커다란 화제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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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남북정상회담평양'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평양 백화원초대소 영빈관 앞에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할 대통령 전용 벤츠 방탄차량이 주차돼 있다. |
첫날 평양 예술단의 환영 공연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이 올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은 북한이 야심차게 선보인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북측 예술공연 후 환영만찬이 바로 이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체조 관람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을 떠올리게 할 만한 정상 간 친교 일정은 마지막 날 순안공항을 떠나기 전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 실장은 “전날 환송만찬을 하기 때문에 별도 오찬 없이 공항에서 환송행사를 마치고 오전에 서울로 향하게 된다”며 “다만 이날 양 정상 간 친교 일정이 있게 된다면 귀경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회담 성과가 좋다면 문 대통령이 서울 메인프레스센터를 찾아 대국민 보고회를 가질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급적이면 그럴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식 환영·환송식과 회담 모두발언 등 주요 장면은 TV 생중계를 통해 남녘에도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 때에도 남북 정상의 첫 만남 장면은 남측 TV에 생중계됐는데, 이번에는 생중계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