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임 1년 대법원장, 오죽하면 ‘불구경 리더십’ 말 나올까

25일로 취임 1년을 맞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한 법원 안팎의 평가가 혹독하다. 진보 진영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비난을, 보수 진영에서는 검찰의 지나친 수사행태로부터 법원 조직을 보호할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법개혁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다 법원 구성원의 공감을 얻지 못한 개혁 추진으로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온다. 존재감이 약한 리더십이 문제라는 말이 많다. 오죽하면 ‘불구경 리더십’이란 말이 나오겠는가.

13일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농단을 질책하고 법원이 검찰의 재판거래 의혹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맞장구쳤다. 법조계 안팎에서 ‘사법부의 굴욕’이란 반발이 거셌다. 대법원장이 삼권분립의 한 축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모적인 적폐논쟁은 1년이 되도록 종지부를 찍지 못한 반면 사법개혁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8월 법원행정처가 만들어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했다는 ‘법원개혁 입법과제’ 자료를 보면 한마디로 ‘셀프 개혁안’이다. 국민의 여론과 지혜를 모으는 공론화 과정도 생략돼 있다.

노골적인 ‘코드인사’로 사법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김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이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인사총괄심의관 등 요직은 물론이고 일선 법관 몫 대법관 추천위원도 맡고 있다.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소리가 나온다. 요즘 송사에 얽힌 이들은 재판장이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지부터 파악한다고 한다. 특정 성향 판사들이 주요 재판과 법원 행정을 좌우하는 자리를 ‘싹쓸이’하면 어떻게 법관의 독립성이 보장되겠는가.

작금의 사법부는 혼란스럽다. 국민은 사법부가 이대로 가면 난파하지 않을까 불안한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지명 당시 “31년 동안 재판만 한 사람이 어떤 수준인지,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겠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이제는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중심을 잡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