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 인류 재앙 vs 식량난 해결사 [김현주의 일상 톡톡]

미국 스마트농업 탐방기 (3)
국민의 먹거리 위기와 농정 적폐청산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최근 '유전자변형식품(GMO) 완전표시제' 도입 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 공급과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국정 핵심과제라는 것을 선포하고, 농업 등 먹거리 분야 적폐청산과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GMO는 정말 우리 인류에게 유해한 것일까요.

냉정히 말해 이미 우리 식탁에서 GMO를 배제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한 통계자료를 보면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수입 승인된 GMO 960만톤 가운데 24%는 식용으로 수입됐습니다. 전체 수입량의 87.6%는 옥수수가 차지했고 대두와 면화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조만간 유전체교정생물체도 가세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뭄에 강한 옥수수, 글루텐프리(Gluten Free) 밀, 대형 토마토 등 DNA를 편집할 수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유전체교정생물에 대한 연구와 성과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럽연합(EU)과 일본처럼 GMO와 유전체교정생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규제에 대한 접근 방식은 서로 달라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GMO 찬반 근거와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과연 소비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종합적으로 살펴봤습니다.

GMO는 지구촌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구세주 같은 존재일까.

GMO를 놓고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과 위험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 과연 무엇이 진실인걸까.

이에 대해 해외에서도 여전히 찬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와 CJ제일제당, 대상, 사조해표, 삼양사 등 식품업체들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생명공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명체 형질전환체로는 1973년 세균에 존재하는 원형 DNA인 플라스미드와 제한효소를 이용한 DNA 재조합 기술이 개발돼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체의 유전자에 결합시키고 대장균과 같은 미생물에 삽입해 증식시킴으로써 계획된 방법으로 유용한 물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오늘날 생명공학기술은 의약품 생산, 농축산물개발, 산업 바이오, 환경오염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돼 인류의 각종 질병이나 노화, 식량 및 환경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GMO는 농업 작물의 생산량과 영양성분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생성된 생명체로 옥수수·밀·콩 등과 같은 농작물에 적용되고 있다. 무르지 않는 토마토, 제초제 저장성 밀, 해충에 강한 옥수수 등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생산한 식품이다.

GMO는 과학계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안 중 하나다. 유전자 조작은 생명공학기술의 여러 분야에 사용되고 있는데, 인슐린 생성과 같은 의학분야에서는 이미 널리 이용되고 있음에도 식품 및 농업계에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GMO 찬반 논란의 이면엔?

우선 GMO 찬성론자들은 유기농산물로만 농사를 지을 경우 지구촌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물론 이는 GMO 종자를 개발 및 판매하는 몬산토(MONSANTO)사의 주장이기도 하다. 몬산토는 최근 독일의 대규모 종합화학회사 바이엘(Bayer)사에 인수됐다.

반면 유기농업과 화학농업을 30여 년간 비교 연구한 결과 수확량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오랫동안 유기농업과 화학농업을 비교 및 연구해온 마크 스몰우드는 "유기농업만으로도 굶주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를 먹여살리기 위해 GMO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은 일부 업체가 만들어낸 허구라는 논리다.

다만 현대사회에서 GMO를 피하기엔 너무나 많은 연결고리가 있어 온전한 non-GMO(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사용하지 않은 식재료)를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GMO 표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이를 피하고 싶어도 그냥 먹을 수 밖에 없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지속가능한 농업과 기후 변화 등 생태환경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GMO 완전표시제를 촉구하고 있다. GMO를 피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세계 60여 개국에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 절반 이상 "GMO 안전성 문제만 검증된다면 괜찮다"

이제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학교 급식 GMO 퇴출 및 표시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선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 GMO 완전표시제가 올라오자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을 통해 "정부가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물가인상, 통상마찰 우려 등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GMO 안전성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고, 대두 자급률 9.4%, 옥수수 자급률 0.8%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과 통상 마찰의 우려가 있다는 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국내 GMO표시제는 현재 기술로 GMO단백질 유전자가 검출되는 제품에만 표시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GMO 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은 "GMO단백질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아도 원재료가 GMO인 경우 모두 GMO 제품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완전표시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는 GMO가 이미 우리 식탁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기업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은 '소비자의 알 권리'(94.3%)와 '소비자의 안전'(93.1%)을 위해 GMO 완전표시제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GMO 완전표시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의 식품과 비교했을 경우 수출경쟁력이 떨어져서 우리나라 제품이 선택되지 않기 때문에 성급히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26.6%)은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본래의 유전자를 새롭게 조작 및 변형시켜서 만든 식품과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을 뜻하는 GMO 개념을 잘 알고 있는 소비자는 전체 절반 정도(47%)에 머물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GMO에 대해 논란거리(48.3%·중복응답)라는 이미지를 가장 많이 떠올리고 있었다. 그만큼 GMO 개발과 소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GMO에 대해서는 알게 모르게 많이 먹고 있는(47.1%) 식품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찜찜하고(45.4%), 불안하다(42.5%)는 생각들도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 및 우려가 강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결과로, 특히 연령이 높을수록 GMO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이밖에 GMO는 수입품이 많고(35.4%), 사람들이 기피하며(28.1%), 건강에 해롭다(26.7%)는 이미지 평가도 적지 않았다.

소비자 10명 중 7명 정도는 GMO가 이미 우리의 식탁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특히 여성(12%)과 40대(12.4%), 유자녀 기혼자(12%)에게서 많이 나왔다. 그에 비해 우리가 먹는 식품 중 GMO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전체 18%로, 상대적으로 남성(21.8%)과 20대(22%)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실제 우리의 식탁에는 다양한 형태의 GMO가 올라오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콩과 옥수수 외에도, 카놀라유와 액상과당이 들어간 고추장·간장·물엿 등의 제품들이 있으며, GMO 사료를 먹고 자란 육류와 그로부터 부수적으로 생산되는 계란·우유·치즈·버터 등도 이에 해당한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품이 GMO의 영향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는 인식도 뚜렷했다. 전체 16%만이 국내산 식품은 GMO의 걱정으로부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바라봤으며, 설령 친환경*유기농 식품이어도 GMO 걱정으로부터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소비자가 10명 중 4명(40.4%)에 그친 것이다.

10명 중 6명(60.4%)은 GMO 개발로 인해 생태계가 위협받는 문제를 가장 큰 걱정이라며, 지구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염려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소비자의 절반 이상(54.5%)이 GMO 안전성 문제만 검증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바라본다는 점에서, GMO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기보다는 도입을 하기 전에 보다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국내 식량자급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가운데, 이제는 식량 이전에 종자 자급률을 걱정해야 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종자는 이미 다국적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식량의 무기화가 아닌 종자의 무기화로 이어질 수 있어 종자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 다시 말해 GMO 안전성 논란 이전에 종자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GMO 찬성론자들은 식물육종이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 왔고, GMO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주장한다"며 "다만 GMO 이전에 인간의 근시안적 행동으로 인해 동물이건, 식물이건 특정 종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만약 GMO가 아무 조절장치 없이 일반화되면 이같은 문제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무조건 헐뜯지 말고 상호 의견 경청·존중해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GMO 찬반을 떠나 상당수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사과학을 끌어오고, 무관성의 오류를 범하며, 이유없이 상대방을 의심하고 헐뜯는다.

이에 상대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반박하면 '흠집 내려고 한다'면서 깎아내리며 모른 체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안이 무엇이든 어떤 것을 찬성 혹은 반대하려면 그에 맞는 근거가 있고, 이 근거가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의 생각이 아닌, 누구나 인정할만한 논거를 함께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GMO 반대론자들은 단편적인 자료만 소개하면서 이게 마치 모두 옳은 것처럼 주장하고, 사실상 무관한 근거만 가져오는 무관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물론 현재 100% 안전하다고 볼 수도, 100% 위험하다고 할 수도 없는 GMO 안전성 판단은 이제 우리 소비자들의 몫이다. 이들에게 자신의 주장만 옳다고 억지 논리를 펼칠 게 아닌, 찬반 입장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다뤄 비과학적인 오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전문가는 "GMO를 찬성했던 이들은 계속 찬성할 것이고, 반대했던 이들은 계속 반대할 것"이라며 "현재 중립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이 어느 쪽으로 움직일 지가 GMO 이슈의 최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글·사진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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